독일과 프랑스 등은 채무조정의 일종인 ‘상환기간 연장(리프로파일링)’을 통해서라도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탈퇴와 역내 재정 위기 확산을 막고 유로존 단일통화 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가치를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ECB와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 문제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그 방법에서 심각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분열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ECB는 그리스가 미약한 수준의 채무조정을 단행하더라도 현재 불안감이 증폭된 시장에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티안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이사는 최근 “채무조정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더러 매우 끔직한 얘기”라며 “그리스가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리스 국채는 담보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고 유럽 은행권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는 구조조정을 통한 부채 감축만으로는 그리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리스에 대한 채무조정으로 금융권이 취약한 아일랜드 등지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전날 “그리스 채무재조정 결과는 현재 상황을 벗어나려는 다른 재정위기국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노이어의 발언이 유로존 부채 위기가 위험한 새 국면에 접어 들었다는 투자자들 사이의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언론을 통해 그리스 채무조정 방안을 공론화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 프랑스 등도 가세한 상황이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도 지난 17일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으로 민간투자자 보유분을 포함한 국채의 상환기간 연장을 시사한 바 있다.
WSJ는 유로존 회원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 구제금융을 통해 그리스 지원방안을 확장하든가 아니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처하도록 내버려 두느냐가 이 문제의 핵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갈등은 지난해 5월 그리스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1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받기로 합의한 지 1여년 만에 불거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도 언급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리스 출신의 마리아 다마나키 EU 어업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그리스가 가혹한 희생이 불가피한 구제 프로그램에 합의하든지 옛 통화인 드라크마로 돌아가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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