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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유동성보다 경기동향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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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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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지금 시장의 핵심은 경기와 유동성이다.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국내 4월 산업생산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9로 3월보다 0.7포인트 떨어졌고,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1.1%로 전달에 비해 0.5%포인트가 낮아졌다. 산업활동 지표 역시 생산, 소비, 서비스업 모두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생산 부분에서는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1.5% 감소한 가운데 전년 동월대비로는 6.9%로 증가율이 낮아졌다. 이는 작년 9월 2.9% 증가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기 둔화가 설비 보수 등 일회성 요인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표가 떨어진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미국은 더하다.

기존에는 경기가 높은 수준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소프트 패치(Soft patch)를 기대했지만 상황이 여기에서 더 나가고 있다. 5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주택 부문은 더블 딥 위기를 겪고 있다. 소비 부문도 둔화가 전망되고 있는데 소비자신뢰지수가 4월 65.4에서 5월에는 60.8로 하락했다. 부동산의 침체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어서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 지수가 3월 대비 0.23% 하락해 200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2년간 국내외 모두 경기가 좋았다. 선진국은 금융 위기 이후 브이(V)자 반등 과정에 있었고, 이머징 마켓은 1년 전에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선진국의 회복에 묻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제 경기의 방향이 바뀌는 상태다. 최근 경기 둔화와 관련해 일본 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급차질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상황에 대한 판단은 좀 더 지켜 본 후에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유동성은 좋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금융 위기 과정에서 각국이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한 결과 작년말 글로벌 유동성 지수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각각 114.2와 119.2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국가가 과잉 유동성 상태에 있는 것이다. 실질 통화량이 장기 균형 추세를 벗어난 정도를 나타내는 머니갭 비율도 올 1분기에 한국과 미국이 각각 2.4%와 0.6%로 역시 유동성 과잉 상태임을 보여줬다.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 특히 외국인 투자의 밑거름이 됐는데 작년 한해 외국인은 우리 시장에서 30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여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월말에 미국이 2차 양적 완화를 끝내더라도 이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인데, 지금 존재하는 유동성의 양이 대단히 많아 이를 금융시장이 부담을 느낄 정도까지 줄이려면 한번에 많은 양을 흡수해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과격한 정책을 쓰는 것은 가정하기 힘들다. 월말에 미국의 2차 양적 완화가 끝난다 해도 시간을 두고 모기지 채권을 매각하는 정도의 반응은 있겠지만 올해 내에 금리를 올리거나 대량의 채권을 매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유동성이 경기를 압도했다. 지난 1년간 경기 선행지수를 비롯한 여러 지표들이 둔화되는 가운데에서 주가가 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 당분간 이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경기 둔화가 빠르게 계속될 경우다. 유동성 만으로 주가를 유지하는데 한계에 부딪치고 주가가 급변할 수 있다.

6월말까지 주식시장은 2000포인트를 바닥으로 하고 2200포인트를 넘지 못하는 사이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주가 방향성은 경기나 유동성 둘 중 하나가 시장을 압도하는 6월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앞으로 시장에 참가할 때는 경기 동향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주가를 만드는 기본이 경기인데,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경기가 약해지는 속에서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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