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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대학 등록금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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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1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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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워싱턴DC 송지영 특파원) 한국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며 국민적인 논란, 토론, 더 나아가 촛불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분위기 상으로는 전 국민적인 분노(!)가 조만간 폭발할 기세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들까지 대학들이 등록금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며 서민들 편을 적극 들어 주고 있다. 거의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미국의 주립대학교 등록금은 서울 소재 사립대(각각 약 1만 달러, 1000만원)와 비슷하지만 소득 수준이 미국이 더 높고 각종 장학금, 융자 혜택도 더 많은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훨씬 비싼 것은 사실이다. 주 경계선을 벗어나 다른 주로 대학을 진학하면 주립대라도 일반 사립대처럼 수만 달러의 등록금을 내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학비를 댈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갔다는 말은 잘 들리지 않고 있다.

지금 여론은 한국의 대학들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받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 돈으로 교수, 직원들에게 1억원을 넘나드는 고연봉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대학 시장에 수요, 공급 논리 잣대를 대면 대학은 면죄부를 조금 받을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한 불균형 때문에 너도 나도 대학을 가야했고 또 못 가면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대학 나온 실업자가 대거 양산돼도 대학은 가야했고, 또 속칭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편입까지 불사해야 했다.

대학이 욕을 먹어야 하는 부분은 '상아탑'으로서 이 같은 문제와 모순이 아주 오랜기간 쌓여왔는 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를 이용해 '학과'를 우후죽순 만들고, 편의시설이나 교육 서비스 질은 개선하지 않은 채 학생들을 늘려 등록금 수입을 높여 왔다. 최근 10년 사이에 정부가 이 같은 대학의 모습을 규제,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같은 '등록금 난리' 양샹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대학은 해외 선진국들의 학문적인 이론만을 수입할 것이 아니라 대학 자체의 우수한 모습과 수준도 수입해야 한다. 유럽의 대학들은 왜 학비를 받지 않거나 받아도 아주 쌀까. 이를 고민하고 한국에 적용하려고 한 대학이 있었던가. 미국 대학도 지난 10여년간 학비가 많이 올라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아가고 있지만 왜 한국 같은 전 국민적인 원성이 일지 않을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의 조그만 대학에서 뉴욕의 명문 콜럼비아대로 편입해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고, 빌 게이츠는 그 좋다는 하버드를 중퇴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했다. 아칸소 시골 출신 빌 클린턴은 술주정뱅이 계부의 폭려과 속박 속에서도 워싱턴DC의 조지타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와 옥스포드 법대를 다녔다. 클린턴이 마찬가지로 시골에서 올라온 힐러리를 만난 곳이 예일대 로스쿨 시절이었다.

게이츠 말고는 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이들 미국의 리더들은 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다녔다. 누구 하나 학비가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공부할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는 사람이 없다. 만일 이들이 이때 제대로 학업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한국 대학들은 이같은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다. 학비가 아무리 비싸도 열심히 공부하려는 인재들이 큰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는 수단을 많이 만들면 누가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 부모의 재력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균등, 교육 서비스의 불균형 등을 해소하려고 적극 나서고, 만 20세 남짓한 어린 학생들의 꿈을 살려주고자 발벗고 뛴다면 한국의 학부모는 대학 등록금이 연 2000만원이라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대학 등록금을 기계적으로 반으로 내리자라는 선동적인 구호보다는 다각도의 현실적인 대안을 도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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