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SK의 오랜 팬들이 흔히 하는 말 중 '약속의 8회'라는 말이 있다. 실제 SK는 8회 들어 강한 모습을 보였고, 팬들은 지고 있더라도 역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17일 경기도 그랬다. 0-4로 지던 8회 1점을 내며 추격을 시작했고, 급기야 9회 5점을 거두며 6-4로 대역전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6-4로 이기면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위팀 삼성은 17일 KIA와의 경기에서 17-1로 대패했고 결국 SK와 삼성의 경기차는 1.5게임차로 벌어졌다.
선취점은 LG가 냈다. LG는 1회 정주현의 볼넷, 서동욱의 보내기 번트, 이병규의 좌전 적시타를 엮어 1점을 낸 것이다. LG는 2회에도 정성훈의 우중간 3루타와 정의윤의 희생플라이를 엮어 1점을 냈다.
이후 LG는 4회들어 조인성의 좌중간 2루타, 정성훈의 희생번트, 정의윤의 좌전 적시타를 엮어 1점을 얻었고, 김태완의 번트안타, 정주현의 좌전 적시타를 묶어 또 1점을 냈다. LG는 4-0으로 클리닝타임 전의 경기 전반을 기분좋게 시작했다.
반면 SK의 타선은 주키치의 호투에 완벽하게 막혔다. SK는 7회초 선두 타자 최정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SK의 타선을 노히트 노런으로 틀어막았다. 7회 이전에 1루를 밟은 SK 선수는 4회초 볼넷으로 출루했던 최정과 5회초 스트라이크낫아웃으로 출루한 최동수 뿐이었다.
주키치는 7회 선두타자 최정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노히트 노런이 깨진 후 이호준에게도 우전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박정권과 김강민을 연속 삼진으로 잡은 뒤 최경철도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SK의 반격은 8회부터 시작됐다. SK는 8회 1사 후 조동화가 우측 라인의 바로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출루한 뒤 정근우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으나, 박재상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한 것이다.
이날 SK의 추격 하이라이트는 1-4로 지면서 시작한 9회다.
양 팀 팬들은 땅볼(박정권, 1루수 앞)-볼넷(임훈)-삼진(박윤)이 이어져 '9회말 2아웃' 상황이 오자 경기는 이대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임훈 타석 때부터 잠실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의 제구는 심각하게 흔들렸다.
박진만을 좌전 안타로 내보낸 임찬규는 조동화, 정근우, 박재상, 최정, 이호준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내줬다. 임찬규는 정근우 타석 때부터는 연이어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고, 1-4의 점수는 5-4가 됐다. 이호준의 볼넷 직후로는 박정권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점수는 6-4까지 벌어졌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기록인 '4연속 밀어내기 볼넷'에 선수들도, 코칭스탭도, 팬들조차 어리둥절한 표정이 역력했다.
SK는 '믿을 수 없는' 역전을 이루자 9회에는 '최강 계투' 정우람을 구원 등판시켜 세 타자를 안타와 볼넷 하나 없이 공 14개로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5세이브째를 따냈다.
한편 SK 선발 고효준은 3⅓이닝 동안 3피안타, 2사사구, 3실점(3자책)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을 면했다. 반면 7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박희수는 프로무대 데뷔 이래 생애 첫 승을 올렸다.
반면 LG 선발 주키치는 7⅔이닝 동안 4피안타, 11탈삼진, 1사사구, 1실점(1자책)으로 호투했지만 '9회말 2아웃' 이후 벌어진 엄청난 규모의 방화로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이날 주키치의 직구 최고구속은 145㎞로 평이했지만 체인지업, 커브, 컷 패스트볼 모두 완벽하게 제구되면서 SK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마무리 임찬규가 불을 질러 승리를 놓친 것이 안타깝게 다가오는 호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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