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리포트'의 3D TV 평가에 희비가 갈렸다.
컨슈머리포트는 총 13개의 3D TV 가운데 LG 시네마 3D TV(47LW5600)를 1위로 꼽았다. 주요 평가항목에서도 LG 제품이 1위를 휩쓸었다. 컨슈머리포트는 이 제품에 대해 '완벽한 1위'라며 '최고의 추천 제품'으로 꼽았다. 반면 삼성전자가 출시한 고급형 3D TV 'UN55D8000'은 13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컨슈머리포트의 이번 평가는 지난달 자신들이 내놓은 평가와 정반대였다. 1위를 차지한 LG제품에 대해서는 지난달 △해상도 손실 △균일하지 못한 물체의 윤곽 △라인의 끊김 현상 등을 지적하며 "풀HD 해상도가 아니다"라고 혹평했었다. 하지만 이번 번복된 발표에 대해 어떤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업계에서 '신뢰도와 공정성'을 문제삼는 이유다.
컨슈머리포트는 비영리단체인 미국 소비자협회가 1936년부터 발간해 온 잡지다. 기업 광고를 수주하지 않기 때문에 객관성을 갖춘 소비자 평가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되지 못한 평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곧 해외 다른 기관·언론의 평가 기준 및 결과는 컨슈머리포트보다 객관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들 기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홍보와 마케팅에 과도할 정도로 활용한다.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삼성은 Cnet·T3·WhatHi-Fi·Which 등 미국과 유럽 주요 매체의 호의적 평가를 강조하며 자사 제품이 최고의 3D TV라고 강조해왔다. LG 역시 "인터텍·중국 제3연구소 등으로부터 3D TV의 풀HD 기술을 인정받았다"며 자사 3D TV의 풀HD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국내외 언론·기관의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조사전문기관 'J.D파워'의 조사 결과 가운데 유리한 항목만을 발췌했다. 이들은 J.D파워의 '신차 재구매율 순위'가 각각 3위(현대)와 7위(기아)로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함께 발표한 '신차만족도 등급 조사'에서 현대차는 2009년 4위에서 지난해 7위로 하락했고, 기아차는 15위에서 지난해 26위로 급락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이같은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넥센타이어 역시 지난 23일 일본 능률협회컨설팅 주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년째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에게 넥센타이어가 일본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는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조사에 불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굳이 해외 언론·기관의 평가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공신력에 의문이 가는 기관의 평가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평가 일부분만을 확대해석하는 등의 관례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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