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0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연준이 재무부와 함께 수개월 전부터 미국의 디폴트 사태에 대비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두 비상 모드에 돌입해 있으며, 비상대책을 마련하는 데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재무부는 다음달 2일까지 부채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지불능력이 바닥나 연방정부가 디폴트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과 의회는 이를 막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재정감축에 대한 입장이 갈려 합의가 미뤄지고 있다.
연준과 재무부가 디폴트 사태를 염두에 두고 비상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플로서가 처음이다. 앞서 로이터는 이달 초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재무부 고위관리들로 이뤄진 소수정예팀이 부채한도 증액 협상 실패에 따른 비상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재무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플랜B'는 없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당시 매리 밀러 재무부 금융시장 담당 차권이 주도하는 특별팀이 △8월2일 이후 연방정부가 유동성을 확보할 때까지 지급을 늦출 수 있는지 여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계속해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미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디폴트 상황에서 연방정부가 우선 지급 순위를 매길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플로서도 연준이 재무부와 지급 우선 순위를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연준은 재무부와 연방정부 수표의 결제 순위를 정하는 방법과 절차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군인들과 퇴직자, 실업자들에게 연방정부의 수표로 급여와 수당 등을 지급하는 데 결제는 중앙은행인 연준을 통해 이뤄진다.
아울러 그는 디폴트 사태가 닥쳤을 때 연준이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을 지속할지 여부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로서는 다만 '직감'이라는 전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부채한도를 제때 증액하는 데 합의를 이뤄 연방정부의 디폴트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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