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이날 지난 6월 말 끝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으로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2.5%'를 크게 웃도는 것이지만, 일본 경제는 3분기 연속 위축됐다.
그나마 GDP 감소폭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게 된 것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 덕분이다. 기업 투자는 지난 1분기 1.4% 감소했지만, 2분기에는 0.2% 늘었다. 시장에서 3분기 일본 경제의 '플러스(+)'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근거다.
하지만 치솟는 엔화값이 일본 경제를 옥죄고 있다. 일본 당국이 잇따라 시장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2차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미야자키 히로시 신킨어셋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GDP는 예상보다 나았지만, 대단한 수치라고 할 수는 없다"며 "엔화값 급등세가 기업들의 수출과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고가 경제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전날 "엔고 저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과감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76엔 후반대를 유지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최근 3개월 새 5% 올랐다.
엔고가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데 더불어 최근 크게 둔화된 글로벌 수요 증가세도 일본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주말 2분기 성장률이 '제로(0)'를 기록했다고 밝혔고, 홍콩과 싱가포르 경제 성장세도 위축됐다. 이에 따라 주요 일본 기업들은 최근 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절반 수준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로이터가 지난주 70여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벌인 월례 설문조사 결과, 미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은 25%로 점쳐졌다. 이는 2주 전 같은 조사 때보다 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들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제시한 2.9%를 크게 밑도는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성장률이 3%는 돼야 실업률이 9.1%에 달한 고용시장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MBMG그룹의 폴 갬블스 이사는 이날 CNBC에서 "지난 10년간 미국의 GDP 성장률은 부채 증가율을 밑돌았다"며 "미 경제는 더블딥에 빠질 수밖에 없고, 고난의 시간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블딥 우려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최근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때보다 커지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이베이까지 확산돼 최근 1온스 짜리 미 재무부 금화가 1900달러 넘게 거래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지난 주말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742.60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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