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美 연준, 모럴해저드에 놀아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8-29 17:2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연준 추가부양 가능성에 베팅 주가 급등락<br/>일각선 시장개입 무용론…위험투자 경계감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지난주 미국 뉴욕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트 장세를 연출하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시장에 개입해 주가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당수 투자자들이 위험을 무릅쓴 채 베팅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연준의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연준이 모럴해저드라는 오래된 적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美 뉴욕증시 다우지수 추이(출처: WSJ)
지난 주말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시장은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22일부터 3거래일 내내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503포인트 급등했다. 버냉키가 잭슨홀에서 추가 부양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버냉키가 별다른 조치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다시 무게가 실리자 25일 지수는 171포인트 추락했고, 이튿날 버냉키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부양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수는 다시 132.72포인트 올랐다.

정부의 시장개입 가능성에 대한 '묻지마 베팅'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미 정부가 천문학적인 구제금융 지원을 통해 금융권의 손실을 메워주자 월가 안팎에서는 한동안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쟁이 거세게 일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는 정부를 믿고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모럴해저드가 확산됐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정부의 시장개입은 모럴해저드를 촉발하게 된다"며 대마불사 은행들을 거론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연준 의장으로서 취했던 거의 모든 시장개입 조치들도 의도와 다르게 모럴해저드를 불러왔다고 시인했다.

일례로 그린스펀은 1998년 채권시장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췄는데, 나중에 1990년대 말 주식시장의 거품을 촉발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그는 "당시에는 최선이었고 불가피했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면 정책을 바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버냉키 의장도 그린스펀이 직면했던 것과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주 단기 경기에 민감한 금융주들의 등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앤디 브룩스 T로우프라이스 미 주식 거래 담당은 "단기 투자자들은 잭슨홀 연설과 같은 단기적인 재료로부터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와이스 아메리칸센추리인베스트먼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의 임무 중 하나는 어떻게든 경기침체를 막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른바 성장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것도 연준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연준이 2013년 중반까지 제로(0)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해 반대했다. 투자자들에게 이 조치가 증시를 떠받치기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WSJ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유럽 은행채의 등급을 평가하면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피할 수 있는 유로본드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거나, 미국에서 고수익 정크본드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모럴해저드의 반영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에 잇따라 개입한 데 이어 지난주 1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 설립 방침을 밝히며 모럴해저드를 조장했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은 여전히 76엔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더 이상 위험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