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세계육상> ‘블레이드 러너’의 도전은 계속된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8-29 20:5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400m 준결승서 탈락..내달 4일 1,600m 계주 출전

(아주경제 한운식)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남아프리카공화국)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시도한 첫 번째 도전이 아쉽지만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피스토리우스는 29일 오후 8시부터 대구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준결승에서 46초19의 기록으로 3조 최하위에 그쳤다.

피스토리우스는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생후 11개월부터 양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하지만 탄소 섬유 재질의 보철 다리를 붙이고 달리며 비장애인 못지않은 스피드를 뽐내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을 얻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남자 100m와 200m, 400m를 석권하는 등 장애인 무대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피스토리우스는 여러 차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를 두드렸으나 매번 저항에 부딪혔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간 끝에 어렵사리 비장애인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냈고 출전 기준기록까지 넘겼지만 그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여전히 의심이 따라붙었다.

멀쩡한 뼈와 관절, 근육으로 이루어진 다리로 땅을 박차는 다른 선수들 사이에서 트랙 위를 튕기듯 밀어내는 의족을 단 그의 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심리적 저항이 컸다.

처음엔 그 의족이 경기력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던 이들은 다음에는 다른 선수들의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줄기차게 피스토리우스의 질주에 의문 부호를 달았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그는 주 종목인 400m에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가 정한 A 기준기록을 넘겨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냄으로써 대구 스타디움에 설 수 있었다.

피스토리우스는 28일 열린 400m 예선에서 다른 선수들과 부딪칠 우려가 가장 적은 끄트머리 8번 레인에서 달렸다.

그리고 당당히 조 3위로 준결승에 진출해 장애인 선수도 동등하게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하루 만에 치른 준결승에선 7번 레인을 배정받아 비장애인 선수 사이에서 달렸다.

경기에 앞서 카메라는 다시 집요하게 그의 보철 다리를 비췄고, 피스토리우스는 긴장한 표정으로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소 어색해 보이던 걸음걸이와 달리 스타트블록을 박차고 나간 피스토리우스는 힘차게 달렸다.

첫 코너를 돌자마자 그레그 닉슨(미국)에게 따라잡히고 두 번째 코너를 지나고는 최하위로 처졌다.

달리는 순간만큼은 피스토리우스의 다리는 주변 선수들과 똑같이 움직였다.

피스토리우스의 이날 질주는 그의 보철 다리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애초 존재하지 않는 질문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피스토리우스는 경기를 마치고 아쉬운 듯 한참 동안 전광판에 떠오른 자신의 기록을 바라보았다.

기록이 남긴 아쉬움과 첫 도전이 이것으로 끝났다는 것에 대한 복잡한 심정이 그의 얼굴표정에 묻어났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 마지막 날인 9월4일 열리는 1,600m 계주에 남아공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