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는 급격하게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징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가계 신용대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8월 무역흑자 규모도 급감하면서 믿었던 수출마저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지난달 31일 광공업생산이 3개월 만에 감소하는 등 생산활동 위축이 총체적 난국의 전조(前兆)였다면, 1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난국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보인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를 기록, 2008년 9월(5.1%) 이후 3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정부가 제시한 올해의 물가 목표(4%) 달성 여부를 가늠할 '8부능선'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날 발표된 수치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사실상 정부가 물가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평균 물가상승률이 4.5%다. 통계청은 4.0%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4개월간 3.0%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9월만 해도 예년보다 이른 추석과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불안요소가 상존해 현실적으로 물가상승률 3.0%대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물가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 목표(4.5%)도 수정해야 할 판이다.
이날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경제전망과 거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및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적인 불안요소가 불거지면서 경기 하방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앞서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좀 더 지나면 정확한 전망을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하향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수출로 먹고 사는 기업도 곤경에 처해 있다.
휴가철을 앞두고 8월 인도물량 일부가 7월로 당겨졌고 선박 수출이 감소하는 등 계절적·일시적 요인이 작용하긴 했지만, 고작 8억 달러라는 무역흑자 규모는 '수출강국'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7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연체 기준)은 0.77%로 전월 말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9년 2월(0.89%) 이후 최고치다.
아울러 가계부채 규모가 6월 말 현재 900조원에 육박하는 등 가계는 빚에 치이고 고물가에 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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