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루 더 그린> ‘메이저 챔피언’ 사례로 본 한국골퍼들의 ‘바탕’

  • 기량향상 못지않게 규칙지식·에티켓 등 기본기 높여야 톱랭커 발돋움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지난 7월11일. 국내에서 활약하던 A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덥석 우승컵을 안았다. 미국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40여명의 한국(계) 선수들은 올들어 그 직전까지 1승도 못 올리던 터라 ‘난리’가 났다. 방송·신문 할것없이 ‘찬사’ 일색이었다. 최고 권위를 지닌 메이저대회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런데 기자는 좀 다르게 봤다. 칭찬만큼이나 챔피언에게 ‘쓴 소리’도 했다. A가 메이저대회 1승에 그치지 않고 아니카 소렌스탐, 박세리, 로레나 오초아, 청야니의 뒤를 잇는 세계적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골프규칙’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난히 규칙과 관련된 해프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염려한 일이 기우(杞憂)라면 좋았으련만 불행하게도 현실이 돼버렸다. 하필 그의 스폰서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회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다. US여자오픈 우승후 두 달 반이 채 안 된 시점이다.

한화금융클래식 최종라운드가 열린 4일 골든베이CC 12번홀(파3·길이182야드). 선두 최나연을 2타차로 쫓던 A의 티샷이 그린 왼편 ‘래터럴 워터해저드‘(빨강 말뚝) 경계선에 멈췄다. 규칙상 해저드를 표시하는 선은 해저드로 간주된다. A의 볼은 해저드 안에 있었던 것. 해저드(벙커·워터해저드)에서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규칙을 위반할까봐 세심하게 임한다.

라이를 관찰하던 A는 볼 주변에 있던 ‘뜯긴 풀잎’(루스 임페디먼트)을 두어 차례 치웠다. 볼을 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을 성싶다. 그런 후 클럽헤드를 볼 뒤 잔디에 대 어드레스를 하고는 샷을 했다. 볼은 그린에 올라왔으나 A는 ‘보기’를 했다. 그러자 동반플레이어인 최나연이 경기위원에게 어필했다. “해저드에서 치기 전에 루스 임페디먼트를 치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경기위원은 정확한 판정을 위해 TV 녹화 테입을 봤다. A가 루스 임페디먼트를 치운 것을 확인한 경기위원은 몇 홀 지난 후 A에게 2벌타를 알렸다. A의 그 홀 스코어는 졸지에 ‘트리플 보기’(6)가 됐다. 골프규칙 13-4c에는 ‘볼과 루스 임페디먼트(낙엽 솔방울 돌멩이 나뭇가지 등)가 동일 해저드에 있을 경우 그 안에 있는 루스 임페디먼트를 치우거나 접촉할 수 없다. 위반시 2벌타다.’라고 돼있다. 미셸 위는 2006년 브리티시여자오픈 때 벙커에서 백스윙 도중 클럽이 볼 옆에 나뒹굴던 ‘이끼 덩어리’(루스 임페디먼트)에 접촉했다고 하여 2벌타를 받은 적이 있다.

A는 나중에 “순간적으로 착각했다”고 말했지만, 웬만한 골퍼라면 다 숙지하고 있는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한 B가 6년전 엑스캔버스여자오픈에서 볼 옆에 있던 OB말뚝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거한 것을 연상시키는, 어이없는 일이었다.

A가 해저드에서 볼을 치기 전에 클럽헤드를 풀에 댄 것도 규칙위반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A의 볼은 풀 속 깊은 곳에 있었다. 볼 주변의 풀은 제법 길었다. 해저드라도 클럽헤드가 풀잎에 닿는 것은 상관없다. 눌러서 클럽헤드가 지면(땅)에 닿았을 때 비로소 규칙위반이 된다. A가 클럽헤드가 지면에 닿을 때까지 눌렀는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어쨌든 메이저 챔피언이 기본적인 규칙을 간과해 벌타를 받았다. 그 페널티가 아니었으면 A는 5위 대신 3위를 했을 것이다. 선두를 추격할 동력이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영어도 능통하고 머리도 좋다는 그가 규칙에 자주 발목이 잡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세계 톱랭커가 되려는 선수들은 기량 향상에 쏟아붓는 노력 못지않게 기본(규칙·에티켓)을 다지는데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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