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러우 지웨이 회장은 지난주 대표단을 이끌고 로마를 방문,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과 국영은행인 카사데포지티에프레스티티와 국채 매입과 관련한 논의를 벌였다.
한 주 전에는 이탈리아 관리들이 베이징을 찾아, CIC와 중국 외환관리국(SAFE)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에 앞서 비토리오 그릴리 이탈리아 국채국장은 지난달 중국 투자자들과 접촉했으며,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이탈리아 정부 관리들은 전했다.
중국의 이탈리아 국채 매입 가능성은 올해 이 나라의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제기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재정개혁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분열로 재정위기 전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위기감을 반영하듯 이탈리아가 전날 발행한 115억 유로 규모의 1년 만기 국채는 수익률이 4.153%에 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와 만기가 같은 독일 국채(분트)와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지난달 정점인 400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에 근접한 380bp까지 확대됐고, 국채의 부도위험을 반영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00bp 이상으로 치솟았다.
당초 트레몬티 장관은 유럽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중국에 국채를 매각하는 데 반대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차원의 구제금융 재원 확충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국채 매입 프로그램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자 대안을 찾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는 중국의 유럽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 효과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이 사들인 재정위기국 국채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이탈리아 국채 1조9000억 유로 어치 가운데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불확실하다. 이탈리아의 한 관리는 FT에 중국이 보유한 이탈리아 국채는 전체의 약 4% 쯤 된다고 귀띔했다.
FT는 이탈리아가 에너지업체인 에넬이나 에니 등 국영기업들의 전략적 지분까지 팔아치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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