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유로존 은행에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기로 함으로써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던 유럽 재정 위기가 한풀 꺾였다.
이번 조치가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유럽 은행 전반의 위험이 고조된 상태에서 나온데다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깜짝 호재’로 평가된다.
간밤에 미국과 유럽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급등한 데 이어 16일 국내 증시도 유럽발 호재에 환호했다. 본국의 신용경색 우려 등으로 주식을 8거래일 연속 내다 팔던 외국인들은 불안 심리가 진정된 듯 순매수로 돌아섰다.
각국 증시가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음에도 유럽 은행의 유동성 보강이 유럽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은행이 살아난다고 해서 유럽 위기의 핵심인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재정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럽 정부의 재정난이 민간 영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일단 제어하는 구실은 확실하게 했다. 이 덕분에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와 같은 대형 참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이번 대책은 그리스 은행 지원처럼 ECB가 유로존 은행에 무제한 지원에 나설 것임을 재확인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최소한 달러화 유동성 부족에 따른 유럽은행 부도 가능성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 재정위기의 해소 여부는 추가로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는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유럽 각국의 의회 승인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선진국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대형 악재다.
16일(현지시간) 예정된 유럽 재무장관회담과 이달 말에 있을 독일 의회의 그리스 지원안 승인 절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유동성 문제나 채무상환 문제가 해결되려면 은행 지원안과 다른 별개 대책이 필요하다. 오늘 밤 유럽 재무장관회담에서 유로존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기능 확대 방안이 어떻게 논의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은행이 달러 유동성을 지원받게 됨에 따라 유럽계 자금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욕구가 완화될 가능성은 커졌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사자’ 우위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870억원 순매수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최근 8거래일 연속 ‘팔자’ 우위를 보였다.
특히 유럽계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3조5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도 유럽계가 외국인 매도를 주도했다.
김세중 팀장은 “유럽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 조치로 한국시장에서 달러를 확보하려는 유럽계의 욕구가 약해질 것이다. 유럽계 자금의 이탈 현상은 갈수록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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