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증시 전망을 물었다. 쉽고 솔직한 견해를 부탁했지만 대답은 애매했다. 증시가 워낙 요동치니 이해도 된다. 증권사 입장에서 사견을 담은 전망은 조심스러울 것이다.
증시가 급락한 8월 이후 증권가에서는 비관론도 제법 나왔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마냥 낙관론을 내놓기는 민망한 상황일 것이다. 상반기 증시를 떠받쳤던 외국인도 연일 돈을 빼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두 달 연속 이어지면서 증권가는 1750선으로 바닥으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만 번번이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잇따르는 비관론도 속내에는 낙관론을 담고 있다. 지금을 저점매수 기회로 조언하는 보고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4분기에는 2000선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근거도 있다. 국내 증시가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튼튼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만 누그러지면 외국인도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하루 시황을 보면 이런 낙관론은 무색해진다. 증시는 기초체력과 무관하게 대외 악재에 요동치고 있다. 증권가는 이럴 때마다 저점매수 기회라고 조언해 왔다. 당장 오르기는 어렵겠지만 언제가는 오를 것이라는 식이다. 최근에는 비관론자도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고 있다. 얼마 전 폭락장에서 증권사마다 잘못된 증시 예측을 내놓은 데 대해 사과했던 입장이 그새 뒤집혔다.
물론 증시를 일부러 부정적으로 예측할 이유는 없다. 시장에서는 완벽한 낙관론도 비관론도 존재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독립성은 있다. 시황 급변으로 투자자에게 심각한 손실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치어리더 노릇만 해서는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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