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원화값 추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4원 오른 1148.4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개장 전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으로 인해, 전일보다 7.0원 오른 1144.0원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중국 국영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이 UBS와 소시에떼제너럴, 크레디트아그리콜, BNP파리바 등 유럽 주요 은행들과의 외환 스왑 및 선물환 거래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환율 급등을 부추겼다.
이에 환율은 장중 1056.35원까지 치솟아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7일 1149.00원을 기록한 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자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이날 "최근 원화 움직임을 볼 때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정의 계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개입을 시사했다.
이어 당국발로 추정되는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은 상승폭을 다소 줄였고 진정세로 마감했다.
신한금융공학센터의 조재성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매수세가 증가하고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 이에 따른 환율 급등은 지난 2008년에 경험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모습과 유사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이날도 역외 매수세가 워낙 강한 탓에 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이 환율 상승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아시아 등 신흥시장국 통화가 빠르게 절하되는 가운데 원화는 높은 유동성 탓에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 투자자금 등 단기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높지만, 이들 자금의 상당규모가 장기자금인 점을 들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의 학습효과 덕분에 국내 은행들을 중심으로 달러 유동성이 많이 개선된 상황이어서 금융위기 당시처럼 환율 폭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 팀장은 "이미 (심리적 저지선인)1150원대가 뚫린 상태라 의견은 팽팽하겠지만 1200원대가 마지노선일 것으로 보인다"며 "1200원대까지 올라갈 경우 달러 유동성을 고민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당국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단기에 추가적인 악재가 터진다고 해도 1170원대를 고점으로 보는 것이 적정할 것으로 판단되며 당분간 외환 시장은 변동성 장세를 이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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