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룡술에 취하다 |
취재진은 조자룡의 고향인 정딩(正定)현에 갔을 때 자룡취(子龍醉)란 이름을 가진 바이주(白酒 고량주)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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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룡취(子龍醉. 조자룡이 취하다)란 이름을 가진 바이주(白酒). |
술을 잔에 따르니 사과향이 가득히 퍼져 입맛을 다시게 했다. 42도 짜리인 이 술을 한잔 넘겼을 때 독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큰 거리낌 없이 목젖을 타고 흘러내렸다. 두세 잔이 술술 넘어가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고 마음이 확 트인다. 그야말로 무릉도원의 신선놀음도 부럽지 않다.
정딩현 사람들은 조자룡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자룡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애착이 대단했다.
양링차오(楊玲巧) 조자룡 사당 관리처 주임은 “정딩현에서 사랑받는 이 술은 정딩현 정부에서 귀한 외지인이 방문했을 시 무조건 자룡취로 접대한다”며 “손님들은‘팅하오(挺好 최고다)’를 연발하며 대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이 바이주는 12지신 중 하나를 형상화 하는 병에 담겨 있기도 했고 일반 병에 파는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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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해를 맞이해 12지신 중 토끼를 형상화해 병안에 넣어 놓은 자룡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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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룡취는 12지신 중 하나를 형상화 하는 병에 포장된 것도 있고 일반 병에 포장된 것도 있다. |
취재진을 안내해 준 이곳 주민인 허(賀)씨는 “허베이성 술 문화는 매우 발달돼 있다”면서 “각 현이나 시마다 지역 술공장이 있고 지역 특산 술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허베이 지역은 옥수수, 보리, 밀, 등 곡식 생산량이 풍부해 술도 그만큼 달고 맛있다는 것.
또 장비의 고향인 줘저우(涿州)에서는 장비를 마케팅 해 파는 장비연(張飛宴)을 한잔 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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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과 함께 술자리를 한 허베이성 주민 허씨가 장비연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황금색 포장지에 그려진 장비의 얼굴은 술의 고급스러움을 더해 냈으며 장비의 장대한 기골마저 느껴질 정도다.
장비의 묘를 다녀온 뒤 장비연을 마시니, 장비의 호탕했던 기세와 누구보다 충직했고 여렸던 그의 영혼이 떠올라 머리 속에서 떨쳐지지 않는다.
장비의 이미지처럼 탁하고 거칠 것 같았지만 일단 한잔 들이키니 실제는 부드러운 남자였다는 장비처럼 순한 게, 목 넘김이 좋았다.
두 잔이 넘어가고 세 잔이 넘어가니 내가 취한 건지 술이 취한 건지 장비의 호기어린 기세가 떠올라 이내 얼굴이 달아 올랐다. 네잔...다섯잔...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문득 술로 흥하고 술로 망했다던 장비가 생각나 정신을 다잡아 본다.
장비연을 제조하는 회사는 ‘허베이 줘저우 장비주업유한공사’. 이 회사는 장비연 외에도 장비가(張飛家), 장비취(張飛醉) 등 장비 시리즈 술을 생산해 낸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줘저우 정부의 ‘삼국지 문화 살리기’ 바람을 타고 만들어 졌다. 당시 줘저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당서기, 시장 등 고위 간부가 직접 공장에 찾아와 ‘釀千年張飛家酒, 作天下忠義文章(천년 역사의 장비술을 제조하고 천하의 충의가 담긴 글을 쓰노라)’라고 쓴 편액을 공장 대문에 걸었다고 하니, 중국 내의 삼국지 열풍을 미루어 짐작할 만 하다.
그 외에도 우리는 삼국지의 고장 허베이 각지를 돌며 ‘풍우죽’, ‘도원결의주’ 등의 다양한 술을 만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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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바이주. |
취재에 동행했던 한 중국인은 줘저우에는 “풍우죽 시화를 감상하며 풍우죽을 음미하고, 관우를 회상하며 충의의 영혼을 논하다”(賞風雨竹畵,品風雨竹酒,追憶關聖帝,再話忠義魂)는 말까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들 술을 제조하는 줘저우 순싱(順興) 주업유한공사는 줘저우 삼국지 문화유적을 바탕으로 적극 마케팅을 펼쳐 허베이 각 지역에 이들 술을 공급하고 있다.
풍우죽, 도원결의주 등 삼국지 마케팅을 바탕으로 연간 3000t의 바이주를 생산, 매출 5000만 위안을 벌어들인다고 하니 허베이성 지역 내 삼국지 열풍을 새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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