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은 인수를 추진 중인 외환은행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인수가격의 적정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KB금융은 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조기에 매각한 덕에 손실을 피하게 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은행 주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증권사들은 은행주 전반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럽에서 금융불안이 해결되기 전까지 은행 주가의 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은행별 적정 주가를 평균 17% 하향 조정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계약을 6개월 연장키로 하면서 주당 가격을 1만339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주가는 현재 6800원대로 인수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지분 인수가격은 외환은행의 기업가치를 감안해 결정한 것으로 주가는 참고 사항일 뿐”이라며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게 최선이지만 외환은행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현재 가격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달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면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의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론스타는 6개월 내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하나금융이 인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만큼 공개매각을 통해 외환은행 지분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감에서 “금융위가 단순 매각명령만 내린다면 계약대로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을 넘길 것”이라며 “이는 론스타의 배만 불려주는 실효성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 외환은행 주식은 상장폐지되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하나금융이 추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KB금융은 국민은행이 보유한 자사주 조기 매각으로 손실을 피하게 돼 안도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지난 7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주 매각은 매입가보다 낮게 팔아도 손실이 아니라는 내부 의견이 있지만 실제 매각을 위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은행이 갖고 있던 자사주 9.05%의 매입가격은 주당 5만7170원으로 매각 시한은 9월이었다.
국민은행은 3일 후인 7월 8일 5만1800원의 가격에 자사주를 모두 팔았고 결과적으로 거액의 매각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현재 KB금융 주가는 3만4900원으로 매각가격보다 67% 가량 낮은 수준이다. 매각 시한에 임박해 팔았다면 6000억원 이상 손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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