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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부터 '황금시대' 개인전을 여는 한상윤작가. |
아버지는 한의사가 되길 원했지만, 그는 그림을 그렸고 그중에서도 만화를 택했다.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만화과 1기 출신으로, 일본 교토세이카대학교 카툰만화과로 유학을 갔다. 7년, 교토세이카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까지 마쳤다.
만화를 공부했던 그가 한국으로 귀국, 지난해부터 한국화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다.
지난 2009년 '루이비통 입은 돼지'그림으로 눈길을 끈 작가 한상윤(27)씨다.
오는 12일부터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작가의 전시팜플릿에는 노란머리를 한 그의 사진이 커다랗게 들어있다.
인사동 식당에서 만난 그는 펄떡이는 청춘이었다. 스키니 청바지, 날렵한 턱선…. 그는 턱을 만지며 "보톡스를 맞았다. 코에는 필러를 했다"고 서슴치않고 말했다. 팜플릿 사진처럼 튄다.
"2~3년안에 박사논문을 쓰고 군대를 갈겁니다. 최연소 미술박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가 무릎을 끓고 앉은채 말했다. 일본에서 공부할때 버릇이 됐다고 했다.
'젊은 치기'가 엿보였다. 고등학교 졸업무렵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울었다. 남부럽지않게 컸던 그는 일본유학시절 낯선환경과 쪼들린 경제사정에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덕분에 오기가 생겼다. 만화로 성공한다고 믿었다. 남들이 쭈볏하고 있을때 치고 나갔고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선 자신을 팝아티스트로 내세우며 각종 그룹전은 물론 방송활동까지 나서며 자신을 알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너무 나선다"는 오해도 받는다.
"대학원시절 일본의 워홀로 불리는 무라카미 다카시를 만났던 계기가 돼지그림을 그린 배경이됩니다. 당시 한국에서 만화같은 팝 그림이 뜰때였죠. 만화를 그리던 제겐 저런 것도 그림이 되나? 할 정도로 당황스러웠거든요. 무라카미가 너의 정체성을 가져라. 남이 하고있는 것을 따라하지 말라고 조언했어요. 무지 고민했습니다. 세상은 반복 재생산이 되고 있는데, 과연 나만의 것이 무엇일까 엄청난 관찰과 고민을 했죠."

그렇게해서 나온 것이 '돼지'다. 돼지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많지 않았고, 더욱이 만화처럼 그려낸 그림은 없다고 판단했다.
"돼지는 이중성이잖아요. 사람과 견주어 비웃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 길몽이 되는 행운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요."
2009년 장은선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인 '돼지그림'은 대박이었다. 전시한 20여점이 모두 솔드아웃됐다. 유쾌하고 신선하다는 반응에 자신도 놀랐다.
"어느날 제그림을 구입한 컬렉터의 집으로 초대받은 적이 있어요. 모기업체 사장인 그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 그림을 만나 행복했다는 말씀에 저 또한 무척 행복했습니다."
'만화같은 돼지 그림'은 반응이 양분된다.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것과 "이것도 그림이냐"는 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대중화된 이미지를 복제하거나 패러디 하지 않고 작가만의 캐릭터를 창안하여 독특한 그만의 한국적인 팝아트를 보여준다는 자부심이 있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작품보다는 제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이 힘이나고 즐거워졌으면 좋겠어요. 문화속의 예술, 어찌 본다면 사람들의 안식처이고 휴양처 잖아요.복잡한 세상에서 그래도 제 그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셨으면 해요."

12일부터 여는 8회 개인전 '황금시대'는 금과 은으로 발랄함을 더한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이전 작품속에 명품옷을 입고 골프채를 휘두르는 부유한 돼지들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금으로 된 망토를 입고 나타났다.
모든길은 로마로 통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모든길은 부유한 경제력에 있음을 말해주는 시대에 작가는 가장 친숙하면서도 천한 동물인 돼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금색으로 도배한 바탕에 루이비통옷을 입은 돼지가 꽃밭에서 활짝 웃고, 개선장군처럼 말을타고 승리를 향해 달리는 그의 작품은 천진난만하다.
휙휙 빠른필치로 담아내 만화같이 보이지만 알고보면 한국화다. 장지에 채색으로 제작해 작품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전시장에서 보는 것과 깊이감과 느낌이 다르다.
황금만능주의로 치닫는 현실상을 비판하며 풍자와 해학을 담은 그의 작업은 동시에 재력의 긍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작품 속 돼지들은 현대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저돌적 삶을 통해 얻은 ‘재와 ‘부’를 자랑하며 현실을 긍정하고, 길운의 메신저로 유쾌발랄하고 쿨하다.
"돼지의 귀가 왜 그리 크냐고요?, 아직 제가 갈길이 멀잖아요. 많이 듣고 많이 깨우치려고 노력하는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전시는 22일까지. 730-3533

◆작가 한상윤=쿄토세이카대학교 졸업. 동국대 한국화 대학원 졸업. 개인전 8회.
2005 일본 텐노지학관 전람회 우수상, 2010 제 8회 서울미술대상전 대상, 2011 제1회 A&C 미술상 산토리니 서울 특별상 수상. 2011 LA 아트쇼 , KIAF 한국 국제 아트페어, 2010홍콩 아트페어등 참가. 현재 동국대 출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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