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국민들은 정치권 규탄 대규모 시위를 열고, 노동계는 총파업에 들어갔다. 새로운 긴축 법안이 생활고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과 병원, 관공서도 문을 닫는 곳이 많이 생겼다.
긴축안이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기 때문에 성난 민심은 모두 길거리로 향했다. 공무원 3만명의 임금 지급 중지와 감원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공무원들도 대거 시위에 동참했다. 수도 아테네 등 전국에서 수십 만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시위대와 경찰은 화염병, 돌 및 최루탄 등으로 맞섰다.
항공기 운항도 중단됐고, 학교와 상점도 폐쇄됐다. 일부 시위대는 문을 연 상점을 불지르는 등 아테네 등 주요 도시 길거리가 폭력으로 난무했다.
반면 그리스 정부는 “법안이 이날 통과되지 못하면 23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총체적인 국가 부도 사태가 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우리는 긴축조치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며 “성난 시민에게 우리가 파국의 기로에 섰음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EU와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80억유로(110억 달러)의 구제기금을 받을 예정이지만, 선행조건으로 긴축안을 마련해야 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는 20일‘전세계 펀드들이 그리스 디폴트를 기정 사실화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메릴 린치가 조사한 주요 펀드 매니저의 근 4분의 3이 ‘내년 1분기 디폴트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또 응답자의 60% 이상은 유로 채무 위기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지적했다. 꼬리 위험이란 쉽게 발생하지는 않지만 일단 생기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위험을 말한다.
하버드대의 마틴 펠트슈타인 경제학 교수는 19일 CNBC TV 회견에서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로 갈 것임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 수준인 그리스의 채무가 연말까지 10%포인트 더 높아지면 달리 방법이 없다”면서 "두자릿수의 높은 실업률과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급격하다"고 경고했다.
펠트슈타인은 그리스가 유로권에서 이탈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징벌이 없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경제 리서치 책임자 스티븐 코키란도 19일 키프로스 리마솔의 회동에서 “그리스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면서 따라서 “민간 채권단이 아마도 (최대) 60%의 헤어컷(손실률)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그는 유럽 지도부가 그리스의‘질서있는 디폴트’를 모색해온 점을 상기시키면서“내년에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미국)=송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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