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충정로컬럼] 세계공장의 위기와 한국기업의 지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10-24 16: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중국금융연구소 조용찬 소장

논어에서 30세는 인생의 목표를 수립하는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중국 경제도 지난 30년간 연평균 9.9%로 성장하면서 체중면에서 50세 한국, 60세 일본을 제쳤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정책을 시작한지 50년이 지나 하늘의 뜻을 깨닫고 실천한다는 지천명(知天命)의 장년기에 들어섰다. 일본경제도 1950년부터 경제발전을 시작했으니, 60세 이순(耳順)이 됐다.

한국과 일본이 30세에 경험했던 환율절상 압력, 부동산가격 상승, 임금인상, 산업구조조정 압력을 중국도 똑같이 겪고 있다. 지난 30년간 중국경제는 풍부한 자본, 값싼 노동력, 저렴한 에너지, 그리고 헐값 토지를 바탕으로 경이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이로 인해 생긴 거대한 불균형과 비효율이 속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수출·투자위주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끌 수 없게 된 것이다.

30세가 인생의 전환점이라면 경제도 두 자리 수 성장시대가 사라져 버리는 변곡점이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격동의 시기가 끝나면서 농촌으로부터의 노동이동 유입이 사라졌고, 임금상승으로 10% 전후의 성장률은 5%로 뚝 떨어졌다. 1970년대 초반 일본, 1980년대 초반 한국은 광란의 물가시대였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연평균 20% 이상 상승하면서 전국 부동산에 투기적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급등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중국경제의 가장 큰 고민은 물가상승과 내륙지역의 부동산투기다. 중국은 30세 한국과 일본경제를 이상할 정도로 닮아 있다.

중국 민영경제를 대표하는 저장(浙江) 원저우(溫州)에서 시작된 민영기업의 도산물결이 광둥(廣東), 푸젠(福建)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3不2高' 현상이 360만개 민영기업을 도산으로 몰아 넣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자금부족·전력부족·사람 부족, 그리고 비용증가과 높은 세금으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기업이 늘어나면서 2008년 때처럼 야반도주하는 경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

도산물결은 건설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철도건설의 70%가 연기 또는 중단되면서 대표적 토목회사인 중국철도건설은 6개월째 임금이 체불됐고, 1만km의 고속철도사업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도로·지하철·항만공사를 한 건설회사에 지불할 공사대금을 2~3개월이나 못 줄 정도다. 물론, 은행에 이자지급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아파트분양, 가전제품판매, 자동차판매는 물론, 풍력·태양광발전, 지하철·철도공사, 공단조성 등이 한꺼번에 중단되자, 시공회사나 자재납품업체는 연쇄적으로 자금난에 빠졌다. 수요가 사라지고, 은행문턱을 넘지 못한 부동산개발업체 2만개사는 물론, 철강을 비롯한 시멘트, 구리, 희토류, 태양전지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의 유통회사들은 서둘러 재고를 줄이기 위해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수출둔화와 투자위축, 물가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버리면서 우리나라 철강회사, 건설회사, 공작기계, 석유화학은 물론 봉재와 같은 임가공회사도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발 불경기는 처음이라 다들 올해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찍 내수소비시장에 법인화를 정착시켰거나 브랜드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은 경기불황이 남의 이야기라고 한다. CJ 중국본사나 이랜드는 한국에서 겪은 외환위기, 서브 프라임위기 때의 경험을 살려 중국에서 불황마케팅에 성공하면서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랜드는 중국내 5000개 매장을 두고 있어 경기불황을 타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히려 매출이 20%나 증가했다고 한다. 성공이유는 한국과 같이 중국에서도 경기가 위축되면 소비시장이 고가와 저가 시장으로 뚜렷하게 나눠지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매력 넘치게 구축한 덕분이다. 불황시에 과감한 색상과 프리미엄급 패션이 부유층의 지갑을 열게 한 것이다.

화장품시장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해 제품력과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회사가 있다. 중국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때 원산지(국가), 기업브랜드, 제품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떠올리며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한류이미지를 활용해 3대 핵심소비층인 '신흥부유층', '20대 신세대층', '여성파워'에 전략적으로 접근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후'는 중국인들에게 '품위'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인기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의 사운을 걸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중국 소비시장에선 차별화되지 못하면 죽는다. 중소기업도 프리미엄제품이 아니더라도 제품력과 브랜드 구축을 하면 중국 명품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중국의 문화를 알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한 뒤에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