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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칼럼- 反월가 시위와 한국 금융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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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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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반(反)월가(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이제 한 달째를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반월가 시위는 82개국 1500여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리는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지구촌의 최대 이슈가 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15일부터 수백명이 여의도 증권가와 시청앞 덕수궁 앞에 모여 '여의도를 점령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반월가 시위가 지구촌 전체에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과 부의 편중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들은 세상은 99%의 가난한 자와 1%의 부자들로 나눠지고, 1%의 부자들이 대부분의 부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부자들에겐 부유세를 물리고, 가난한 자에게는 일자리와 더 많은 복지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반월가 시위가 미국이나 유럽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금융자본의 탐욕을 직접적인 타깃으로 삼지 않고, 금융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거래의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식의 소비자 권리 찾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국의 반월가 시위는 '금융자본 또는 금융권=부자'라는 인식이 약한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의 부자는 산업자본 또는 이에 기반한 소수의 재벌 일가라는 인식이 오래 전부터 자리잡아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항의를 굳이 금융자본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의 반월가 시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규모나 강도가 약하고 추진동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여의도로 상징되는 한국의 금융자본 또는 금융권이 아직 안도하기는 이르다. 최근 터져나오고 있는 과잉 수수료나 과다 배당 과 관련하여 은행 등 금융권의 비도덕적 행태는 정치·사회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는 물론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연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나 올려 수조원의 이익을 챙기는 식의 영업방식을 고수해온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카드사는 백화점이나 주유소 등에는 1.5% 이하의 저리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2.7% 이상의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하여 오히려 경제적 약자들을 수탈하는 식의 영업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들도 소비자들에게는 인색하게 굴면서도 적자가 생길 것 같으면 대정부 로비를 통하여 보험료나 올려 메우려는 행태를 지속해 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이나 증권사들이 들어앉은 맨해튼의 주인공들은 사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 Return), 로 리스크-로 리턴(Low Risk-Low Return)'이라는 영업 원칙을 철저히 지켜오고 있다. 많은 위험을 감수하여 얻은 수익에는 많는 보상을 하고, 그렇지 않은 단순영업 방식엔 적은 보상을 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 아래 지난 수백년간 높은 위험을 감수한 금융사에는 많은 이익이 돌아갔고, 이런 투자상품을 기획하거나 막대한 운용수익을 올린 금융맨들에겐 많은 보상이 돌아갔다. 불행히도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이런 원칙이 무분별한 금융투기를 불러와 결국 국가경제를 나락에 빠뜨렸다는 비판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아직도 이는 월가 금융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철칙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이제 겨우 투자은행(IB)을 육성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방식의 금융투자를 시작해 보겠다는 한국의 금융계로서는 너무 일찍 과정은 생략한 채 달콤한 과실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가만히 앉아서 수수료나 금리를 올려서 손쉽게 돈을 버는 데 집착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B로 거듭나기 어려울 것이다. 금융당국은 '고위험-고수익' 방식의 금융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은행을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저위험-고수익' 방식의 안이한 영업방식에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여 약탈적 금융수탈을 막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의 금융자본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융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효과적인 자원배분의 매개체로서 사회적 공생발전을 선도하는 기수로 떳떳이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편집국 증권부 강동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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