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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식의 광화문 통신] 재판의 공정성… 향판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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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3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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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흔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국의 옛 법관들은 흰색 가발을 쓰고 재판을 한다.

수백년 전부터 내려오던 것이란다.

이 장면을 보노라면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이런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유는 정작 딴 데 있다

판사의 성향이나 개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

비슷한 사안을 놓고 판사마다 다른 판결을 내리지 않게 하자는 취지다.

지난 2008년부터 민사재판에서는 가발을 벗었으나 형사재판에선 아직도 쓴다.

색이 바랠수록 권위를 인정받는 만큼 평생 가발을 바꾸지 않는단다.

미국에서도 판사들의 공정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우선 판사들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각 지역 변호사단체가 치밀한 검증을 거쳐 책으로 펴낸다.

보완해야 할 점이 있으면 '리뷰 패널'로 불리는 원로 변호사들이 조언도 한다.

일본도 2003년 변호사들이 판사를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모두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한 조치들이다.

법관의 판단이 개인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관은 어떨까.

우리 법관은 아직도 제왕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고압적 태도는 말할 나위도 없다. 피고인에게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내기 위해 협박하기도 한다.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법정 구속시키겠다"는 말까지 들먹인다. 고문과 진배없다.

실제 지난달 울산지방법원의 모 판사는 '피고인 신변 확보', '구속영장 발부' 등의 말을 법정에서 거림낌없이 내뱉었다.

결국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몇 달간 재판을 받아오던 피고인에게서 단번에 자백을 받아냈단다.

이러다보니 심심치않게 편향 판결 시비도 생긴다. 특히 이런 일들은 지방에서 많이 발생한다.

향판(鄕判)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는 말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향판은 대전·대구·부산·광주 등 4개 지방 고등법원 관내에서 근무하는 법관을 뜻한다.

현지 사정을 훤히 알고 판결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근무하다보니 토착세력과 관계를 맺으면서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

1997년 이순호 변호사의 의정부 법조비리,1999년 이종기 변호사의 대전 법조비리,2009년 박연차 게이트 등이 모두 향판과 연루된 사건들이다.

가장 최근에는 광주지법 형사2부가 뇌물수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선재성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향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심지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물론 향판을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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