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종사자들이 뿔났다. 이들은 “최근 복지가 사회 전반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건설을 무시하는 경향이 은연중에 나타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10·26 재·보궐선거 기간 동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핵심시정을 비판하는 동시에 복지를 강조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비롯됐다. 오 전 시장의 핵심시정인 한강르네상스, 디자인서울 등의 사업이 모두 전시성 토목사업이라는 비난과 함께 복지가 정반대의 개념처럼 인식됐기 때문이다.
특히 박 시장 취임과 동시에 오 전 시장이 펼친 핵심사업들을 사실상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토목을 포함한 건설사업은 힘을 잃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는 친서민정책이고, 토목은 무조건 전시성 사업이라는 이분법이 과연 맞는 것이냐"며 “토목사업을 모두 전시성 낭비사업이라 매도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형 건설업체 한 임원은 “전 세계 관광산업 70%가 인공적인 건축물이고, 보육시설이나 공공임대주택 등을 위한 예산도 대부분이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이라며 “결국 복지도 문화도 모두 건설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IT 해외수출액은 500억 달러지만 건설은 700억 달러로 더 큰 애국자 아니냐”며 “토건공화국이니 삽질이니라는 말로 매도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지역 일감이 줄어드는 문제도 건설인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오 전 시장 당시에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2006년부터 5년간 총 7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시의회의 삭감으로 5200억원이 투입됐다. 디자인서울 사업(‘동대문디자인플라자 4200억원, 광화문광장 500억원, 디자인서울거리 1800억원)도 모두 공공공사 발주로 이뤄졌다. 은평뉴타운 건설사업도 공공공사 형태로 건설사에 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로 인한 공공발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당장 민간자본에 의한 한강예술섬사업, 마곡지구 워터프런트 사업, 국제터미널사업과 수상호텔 건설 등 서해뱃길 사업의 중단이 예상된다. 또 남산 녹지축 조성사업 등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 등 각종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타운사업과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략정비구역사업이나 유도정비구역 등의 계획이 취소될 가능성도 크다. 초고층빌딩 건축사업도 상당부분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건설업계로서는 공사물량 부족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공사물량 부족에 허덕이는 데 박 시장 체제의 출범으로 서울지역 건설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협회 서울시지회 관계자도 “공공공사 발주는 중소건설업자들 몫이 많은데, 사업을 더 줄이게 되면 안그래도 어려워 건설시장에서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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