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강남을 제치고 서울의 핵심지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그곳은 지금은 행인 하나 찾기 힘든 을씨년스러운 곳으로 변해 있었다.
문을 닫은 상가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였고, 아파트의 각 동 측면에는 개발 사업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다. 골목 전봇대 사이로는 시가 보상을 바란다는 현수막이 내걸려있었다. 오래 살았던 동네를 떠나야 한다는 원망과 제대로 된 보상 여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동네 곳곳에 묻어났다.
동원아파트 앞 S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 돼야 시세라는 것이 있지, 4년반 동안 거래가 없어서 아예 시세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전세도 나가지 않는다”며 "세입자들에게는 임대아파트를 준다는 규정에 따라 무주택자들이 주인이 나가라고 해도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대림아파트 옆의 B중개업소 관계자도 “집을 사거나 팔지 못하게 묶은 지난 2007년 8월 30일 이주자대책기준일 이후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한켠에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물건을 포장하는 부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대림아파트의 경우 25평은 9억원, 33평은 12억원, 45평은 16억원의 보상을 해주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300가구, 만명의 동의를 받아야 추진되는 만큼 적정보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약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개업소들은 향후 용산의 가치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현재 보상문제 등 과정에는 문제가 있지만 결과는 좋을 것이란 예상이다.
S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본의 롯폰기힐스처럼 개발되면 한국의 문화자원 될 것"이라며 "강남 코엑스와 인천간 거리는 꽤 멀지만 용산은 인천공항도 상대적으로 가깝고, 철도도 놓여있는 등 교통의 허브라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B중개업소 관계자도 "강남은 추가 개발 여지가 없고, 주택위주인 반면 용산은 전반적으로 개발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싹 밀어서 개발하기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이처럼 통째로 개발할만한 곳이 용산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내후년초까지는 부동산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봤다. 판교 보상만으로도 집값이 오르는데 용산은 규모가 판교의 100배인만큼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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