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게도 논란을 주도하는 측은 집권여당이다. 한나라당은 감세정책을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집권 후반부에 들어서 정두언 의원 등 당내 쇄신파들이 주축이 되어 감세철회를 이끌어 낸데 이어 최근에는 버핏세를 도입하자는 증세안까지 검토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지난 14일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높은 세율을 부과해야한다는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미 추가감세를 철회한 상황에서 증세까지 추진하는 것은 너무 급격한 변화인데다 증세의 실익도 적다며 버핏세 논란 가중에 난감해 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감세를 하겠다고 해놓고 철회했다가 다시 증세로 가는 것은 너무 단기간의 급격한 변화”라며 “지금은 경제가 어려워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다 낮은 저축율, 사회보험료 최고구간 요율 상승 등을 감안하면 (증세는) 득보다는 실이 크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22일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 돈 더 버는 사람은 세금을 더 낼 수 있도록 소득세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24일에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정책위에가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 달라”며 공론화했다.
특히 홍 대표가 정부의 반대에 대해 “법은 국회가 고치는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버핏세 논란은 당정간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 버핏세, 정치의 중심에 선 까닭?
버핏세가 집권 후반기에 정치․경제분야의 쟁점으로 급작스럽게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유럽발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각국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강조되고, 세입을 늘리려는 노력의 영향이 적지 않다.
미국 상원에서 재정적자 감축방안으로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가구에 5.6%의 부가세를 추가로 부과하자는 제안이 나온데 이어 일본에서도 부유층 대상으로 소득세율과 상속세율 인상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를 떠안고 있는 프랑스는 부유세와 소득 물가연동제로 재정을 확충하기로 했고, 스페인도 폐지했던 부유세를 부활시켰다.
정치적 문제도 결합돼 있다. 한나라당 쇄신파가 버핏세 도입을 제안한 시기는 10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한 직후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패배의 분위기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버핏세’를 찬성한 정두언 의원이 “이 문제는 어차피 총선 전에 야당이 한나라당을 부자정당으로 몰면서 제기할 것”이라며 “그때 가서 수세적인 입장에서 논의하느니 차라리 한나라당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비판 적지 않아‥신중한 논의 필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소득세 증세방안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미국의 버핏세 논의와는 달리 소득세 과표신설에 논의가 편중돼 있고, 실제 증세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소득세 과표 1억2000만원이나 1억5000만원 초과구간을 신설해 40%에 가까운 세율을 부과하더라도 세수 증대효과는 1조~2조원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 박사는 “지금의 증세 논란은 단순히 소득세 최고세율구간을 신설하자는 식인데, 옷이 16년전 옛날 옷인데, 옷깃만 바꾸면 옷이 달라지느냐”며 “소득세 과표구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 박사는 이어 “근로소득만 건드릴 것이 아니라 국민소득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를 통해 소득 최고구간에 재산소득이 많은지, 금융소득이 많은지를 따져서 그에 합당한 소득세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완 장관도 “버핏세는 자본이득에 대한 미흡한 과세에서 출발했는데, 그런 논의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개인소득세 인상의 문제로 약간 변질된 것 같다”며 “낮은 세율을 통해서 투자도 적극 유치해야 하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걱정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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