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가 운임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1·2위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예외는 아니다.
4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2·3위 업체인 MSC와 CMA-CGM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북유럽, 아시아-남아공 및 남미 전항 등 주요 항로에서 협력이 예상된다.
현재 두 선사의 컨테이너 시장점유율은 MSC가 13.2%, CMA CGM이 8.5%다. 합계 점유율은 21.7%. 머스크(15.8%)를 5.9% 차이로 따돌리고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양 선사가 속을 잡은 속사정은 이렇다.
선사들은 운임이 하락할 경우 계선(운항을 중단하고 항구에 정박한 배)을 통해 선박 공급을 줄임으로써 적절한 운임을 유지해왔다. 상호협력을 통해 출혈경쟁을 자제해왔다는 얘기다.
여기에 균열이 생겼다. 머스크는 지난 9월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데일리 머스크(Daily Maersk)' 전략을 전격 발표했다.
데일리 머스크는 자사 선박을 아시아와 유럽 노선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운항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운임 하락을 물동량의 대량 확보로 만회하겠다는 의미다. 일종의 '박리다매' 방식이다.
머스크는 이 정책을 아시아-유럽항로뿐 아니라 전 항로로 확대·적용할 방침이다. 세계 1위 업체가 사실상 무한경쟁을 선언한 것이다. 현재 머스크의 운임은 최고점 대비 70% 하락한 상태다.
후폭풍은 거셌다. 일본 대형 3사인 MOL·NYK·K-라인은 당장 통합 논의에 들어갔다. 17위 선사인 ZIM라인도 인수합병(M&A)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세계 29위 선사인 MISC는 컨테이너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세계 14위 CSAV도 컨테이너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최대 선사인 하팍로이드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국내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활로를 모색해야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CKYH얼라이언스'와 '뉴월드얼라이언스'라는 선사 협력체에 속해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느슨한 협의체인 얼라이언스가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 한진해운의 시장점유율은 3.1%로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18위 현대상선의 시장점유율은 1.9%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수년째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 출혈 경쟁을 벌여 왔던 일본·대만 기업들이 백기를 든 것을 국내 선사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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