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한국학중앙연구원 지음/돌베개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조선시대 왕은 새벽부터 밤까지 몹시 바쁜사람이었다. 새벽 5시경에 일어나 문안 인사를 받은 뒤 신하들과 만나 공부하고 국사를 논의하는 경연(經筵)에 참석한다. 경연이 끝나고 아침식사를 하면 공식 업무가 시작된다.

점심 후 다시 경연에 참석한다. 경연이 마치면 관리들과 만나 행정에 관한 보고를 받거나 민원을 해결한다. 오후 5시가 되면 공식 업무가 끝나지만 저녁 경연에 참석하거나 낮에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마저 본다. 워커홀릭아니면 임금 노릇을 제대로 하기 힘겨웠을 것 같다.

신간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돌베개 펴냄)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의 최고 권력자이자 한 인간이었던 조선국왕의 일상을 꼼꼼하게 복원한다.

왕은 태양을 상징하기 때문에 해가 뜨기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또 이렇게 시작된 왕의 하루는 공식적으로 밤이 되어야 끝났다.

재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지독한 노력파인 세종은 즉위 후 보통 새벽 2-3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또 혼자 있는 시간에도 시간을 아껴 공부하고 사색했으며 책을 읽을 때는 100번, 200번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앉아서 공부하고 일하기 좋아한 세종이 운동은 좋아하지 않았다. 또 육식을 좋아하고 편식이 심했으며 비만이었다. 실록에 따르면 다리가 아픈 풍병, 피부에 생기는 종기, 당뇨로 말미암은 소갈과 시력 저하, 운동 부족과 비만으로 인한 관절 이상 등 다양한 성인병을 앓았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의 왕의 권력은 막강했다. 유교사회였던 조선에서 왕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관통하는 초월적인 존재이자, 우주를 통괄하는 덕을 지닌 존재였다. 천명을 받은 존재로 이를 규정하거나 제한할 수 없었기에 왕의 권한은 법전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세속적인 최고의 권한과 함께, 하늘 제사를 통해 신과 소통하는 신성불가침의 존재였다.

왕이 배변 후 뒤처리를 스스로 하지 않았다는 것도 충격이다. 또 연산군이 정력을 위해 궁궐 후원에 동물원과 마굿간을 두고 사냥을 했다는 엽기적인 사실도 담겼다. 특히 백성 생활의 근간인 말과 소를 정력에 좋다고 마구 소비한 왕의 행태가 그대로 담겨있다.

이 책은 전문 연구자들이 펴낸 진지하고 성실한 기록물이지만, 곳곳에서 이러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국가의 상징이자 최고 권력자로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연마하고 민생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 국왕의 치열한 공적 일상과 함께, 인간적인 고뇌와 정서가 엿보이는 개인으로서의 삶의 단편들을 종합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경복궁에서 왕의 침전인 강녕전과 교태전이 갖는 의미에서부터 이곳에서 생활한 왕들의 부부생활, ‘이동식 러브호텔’을 만들어 사용한 연산군 등 왕들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속속들이 보여준다.

집필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심재우 인문학부 교수, 임민혁 전임연구원, 박용만 선임연구원, 한형주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 신명호 부경대 교수, 이순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등 한국사와 한문학을 전공한 학자 6명이 참여했다. 394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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