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어선의 규모가 늘어나고 수법이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소극적 대응이 참사를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12일 중국 외교부가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고도 공식 브리핑에서 아무런 유감표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중간 외교적 갈등이 있을때 마다 중국은 위협적인 어조로 자국 이익과 국민 보호를 압박하는 반면, 한국은 정당한 주권을 분명하게 주장하지 못한 채 더 큰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줘왔다.
지난 10월23일 목포 해경이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바다 한국 EEZ(배타적경제수역) 안에서 허가증 없이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 3척을 나포한 사건이
발생했을때, 중국 정부는 이튿날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한국 측이 ‘문명적인 법 집행(文明執法·문명집법)’을 해야 하고, 법 집행 과정에서 폭력을 피하고 중국 국민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확실히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해 12월 18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 북서쪽 72마일 해상에서 불법 조업 단속에 나선 우리 해경 경비함과 중국 어선이 충돌해 중국 선원 1명이 사망, 1명이 실종되고 중 선원이 휘두른 폭력에 우리 해경도 4명이 다쳤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이 사고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자 처벌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결국 정부는 중국 어선 침몰 사고 관련해 억류 중이던 중국 선원 3명을 그냥 돌려보냈다.
당시 중국 선원을 처벌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낸데 대해 중국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중국 내 탈북자 송환 문제도 늘 거론된다.
정부는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외교활동을 통해 중국 정부에 북송 중단을 요구하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교기조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08년 4월 서울에서 베이징 올림픽 횃불 봉송행사가 열렸을 때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행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것도 오점이었다는 지적이다.
또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우리 정부는 중국의 6.25 참전 문제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한 채 대만 문제를 중국 방식으로 처리하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에 동의했다. 이후 주요 외교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 끌려다니다 시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때에도 중국은 한국에게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강조하며 경제적 실리확대에 주력하면서, 정치적 선택의 순간이 오면 전통적 혈맹(血盟)인 북한을 편드는 듯한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원칙을 가지고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황순택 외교안보연구원 연구부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도 국제법을 준수해야 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이므로 국제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따질 것은 따지면서 중국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앞으로의 양국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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