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도란도란> 누가 재건축시장에 기름을 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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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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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정부가 최근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에 선물보따리를 풀어놨다. 재건축 시장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종합선물세트에 시장은 바로 응답했다. 대책 발표 직후 호가가 7000만원 오른 재건축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일부 아파트는 실제 거래가격도 300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에 시장이 이렇게 빨리 반응하는 일은 보기 드문 경우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그동안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는 점이다. 강남권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이달 첫째주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말한다.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이제 오를 일만 남은 상태에서 규제완화라는 호재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부동산114조사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30㎡의 12월 초 기준 시세는 5억9000만원이다. 이 주택형은 1분기 6억9000만원을 기록, 계속 하락세를 이어왔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1차도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45㎡ 시세는 1분기 6억500만원에서 이달 초 기준 5억4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취득세 50% 감면 효과도 더해졌다. 정부는 연말까지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마치는 주택에 한해 취득세를 2%에서 1%로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달 안에 집을 사면 10억원인 아파트는 1억원의 절세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최근 시중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시장 반응이 빨랐던 이유다. 특히 아파트가 투자자보다 실수요자 위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투자자금은 큰 이득을 남기긴 힘든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만 머물러왔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종합선물세트에 예쁜 포장지 역할을 한 것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바로 다음날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종상향을 확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조합원들은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분담금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가락시영뿐 아니라 다른 재건축 아파트들까지 종상향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같은 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바꾸려는 것뿐 아니라 아예 상업지역으로 바꾸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정비계획이 거의 확정된 사업장들까지 종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이자며 들고 일어설 분위기다. 외부에 있는 투자자들까지 무턱대고 강남으로 몰려가려 하고 있다.

이 희망이 실현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마는,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벌써부터 이번 가락시영 종상향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종상향 추진을 놓고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가장 질 좋은 기름을 부었다고 서울시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가락시영 종상향을 발표하면서 향후 계획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점,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등 신중하지 못한 처사를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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