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 17년간의 시차를 두고 진행됐던 유연한 대북 정책과 북한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일주일째인 25일 현격한 차이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대중의 관심과 이슈의 ‘바로미터’인 신문의 톱에서 북한 관련 소식은 이미 지난 23일부터 배제되기 시작해 24일에는 크리스마스 등 연말 소식에 완전히 밀렸다.
네이버와 다음·네이트 등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서도 지난 22일부터 상위 10위 내에 북한관련 검색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김 위원장 사망이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
남북이 현재 휴전 상태며, 북한은 잠재적 적대세력이다. 특히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최근 남북 관계가 경색된 점을 감안하면 현재 여론이 김 위원장 사망에 너무 소홀히 다루는 다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한 시민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는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모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북한의 동태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은 김 주석 사망 때보단 충격이 적고 그 여파도 길지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중들의 관심 변화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진보정권에서 ‘햇볕정책’ 등 남북 간 긴장관계를 완화하는 대북기조를 유지하며, 북한을 대하는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는 달리 북한과 유화적인 관계가 구축되며, 과거에 비해선 북한을 적대시하거나 관련 이슈에 쉽게 긴장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한 외교관계자는 “김일성 사망 당시엔 국내 지식인들 조차 북한의 체제 붕괴와 전쟁 위협론에 따른 불안감이 강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북한에 잘못하면 전쟁이 날 수도 있겠구나’란 막연한 부담감이나 시각이 매우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17년전에 비해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대화 채널이 열렸고, 서로 대화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관계가 완화한 점도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긴장감 고조를 제한했다.
실제로 김일성 사망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국내외와의 협의없이 단독으로 조의를 표하며 정치·외교적 비난에 휩싸였다. 이에 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통해 북한 국민들에게 염려와 기도를 전한다는 말로 조의 성명을 내고, 체제 안정을 희망하는 세련됨을 보였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경제·취업난 등 생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서 북한 관련 뉴스에 관심이 가겠느냐는 평가도 있다.
이기홍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이 사회·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갖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팍팍하다"며 "취업에 대한 부담으로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가질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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