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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육의 화기애애(畵嗜愛愛)> 당신이 받을 선물이 궁금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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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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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 김유성, <설경산수도>

김유성, <설경산수도(雪景山水圖)>, 조선 후기, 종이에 먹, 42.1×29.1cm, 국립중앙박물관

눈이 내렸습니다. 나무에도 길에도 지붕에도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눈은 밤새 ‘머언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처럼 사뿐사뿐 내리더니 어느 새 천지를 하얗게 뒤덮었습니다. 천지가 설백(雪白)으로 눈부신 아침, 젊은 아들이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사립문이 뒤에 있는 것을 보니 마당 밖을 쓸고 있군요. 마당을 쓸다 내친 김에 골목길까지 다 쓸 참인 듯합니다. 아들이 열심히 비질하는 모습을 창가에 앉은 선비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비가 사는 ‘ㄱ’자 집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할 만큼 위압적이지도 않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서늘하게 할만큼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자연의 한 켠을 빌려서 사는 주인의 마음자리가 느껴지는 아담한 집입니다. 집 뒤로는 금새라도 쏟아질 듯 옆으로 기운 뒷산이 버티고 있고, 집 옆으로는 계곡물이 흐르는 것을 보니 이 곳이 깊은 산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멀리 사는 벗이 선비집을 찾아오기로 한 날입니다. 주인은 면도날처럼 예리한 추위 속을 뚫고 올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마당을 쓸고 군불을 지폈습니다.

오는 사람의 마음과 기다리는 사람의 설레임이 맑은 먹물처럼 스며있는 이 작품은 서암(西巖) 김유성(金有聲:1725-?)의 <설경산수도(雪景山水圖)>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그린 '사계산수도(四季山水圖)'중의 한 폭이지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만 그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사계절을 좀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그린 작품도 있습니다.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가 그것입니다. 사계절을 세분하여 ‘초봄(初春)’‘늦봄(晩春’‘초여름(初夏)’‘늦여름(晩夏)’식으로 한 계절을 둘로 나누어 그린 형식입니다. 안견(安堅:?-?)의 작품으로 전해지는'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와 김명국(金明國:1600-?)의'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가 대표작입니다.

  새 해가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집에는 1년이라는 선물을 들고 온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건강한 사람이든 아픈 사람이든 생명 가진 모든 존재에게 똑같이 귀한 선물을 들고 왔습니다. 

 당신은 1년이라는 선물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으시렵니까? 정갈하게 마음 속 마당을 쓸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셨는지요? 

 
미술사학자 조정육씨.
기왕이면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1년이라는 선물 속에 어쩌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사건이 뒤섞여 있다 해도 그 또한 당신의 삶을 성스럽게 이끌기 위한 우주의 배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인생 그 자체가 선물입니다.                                  
< 미술사학자 조정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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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사학자 조정육씨가 새해,옛그림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조선이 낳은 그림 천재들’ ‘그림공부, 사람공부’등을 지은 미술계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blog.daum.net/sixgar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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