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 진짜 리더십을 보일 해다

김선환 경제부 차장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60년만에 한번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 임진년(任辰年)이 힘차게 열렸다.

사실 '임진년'은 역사적으로 볼때 우리 민족에게는 쓰라린 아픔을 당했던 해로 기록돼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20년전인 1592년(선조 25년) 임진년.

왜는 평화롭던 한민족을 6년간에 걸쳐 유린, 당시 조선을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로 내몬다. 리더십의 부재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였다. 예지자의 십만양병설은 사대부들의 당파싸움에 매몰돼 무시됐고 백성을 안심시켜 국난에 대처해야 할 왕은 피난가기에 급급했다.

판옥선 12척만을 거느리고 왜에 맞서 목숨을 바친 성웅이 없었다면 선진한국 진입을 목전에 둔 오늘 대한민국호는 역사에서 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민족을 칭송하는 수식어로 많은 사람들이 위기극복의 DNA를 내재했다고 평가한다. 한국전쟁 이후 제2의 국난으로까지 여겨졌던 외환위기때 '금모으기 운동'이 그랬고, 미국의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극복했을 때도 그랬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이익쯤이야 뒤로 미뤄두는 저력을 발휘했다. 세계가 깜짝 놀라 한국 배우기에 나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나라로도 기록됐다. 50년만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는 성장동력이 됐던 수출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유럽발 재정위기로 지난해 달성했던 수출증가율의 절반에도 못미치리라는 우울한 전망 일색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또다른 위기가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투자은행중 일부는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심지어 1%대(UBS 1.9%)에 머물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정부는 이번 상황을 위기국면으로 규정하고, 비상대응체제에 나서고 있다. 하루하루가 긴장속에 살아야 하는 나날이 이어질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20년만에 찾아오는 '양대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또 선거야"라는 피로감을 호소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이럴 때 일수록 위정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정권에서는 임기 마지막해에 접어들면 통수권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핵심정책을 흐지부지 마무리했던 전례가 부지기수다. 더구다나 최근에는 국가 최고통수권자 측근들은 물론 친인척들이 연루된 부정·부패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지면과 전파를 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이같은 상황에 대해 사실상 사과하면서 "제 자신과 주변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MB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도덕성'마저 흐트러진다면 거친외풍을 헤쳐나가기 위한 동력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얏나무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瓜田不納履)'는 말은 현재의 위정자들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다. 긴장의 끈을 곧추 세우고 국민들만 보고 나아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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