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주식 50% 이상 담보 잡혀도 투자자들 몰라도 된다?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상장법인의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의 50% 이상을 담보대출로 잡혀도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그 사유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대주주와 경영권마저 교체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임에도 이에 대한 세부 정보는 제대로 공시되지 않는다는 것.

2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3일 피에스앤지는 최대주주가 키온건설·스톤건설에서 진흥저축은행으로 변경됐다.

주식담보대출로 인한 최대주주변경이었다. 키온건설과 스톤건설은 앞서 2009년 8월 진흥저축은행, 경기저축은행, 영남저축은행 등 3개 저축은행에 피에스앤지 주식 203만1350주를 담보로 196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이들 최대주주가 담보 잡힌 주식 수는 191만3418주로 보유주식 전량이다. 하지만 이 담보 주식에 대한 이자지급을 하지 못해 명의가 변경된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아인스M&M도 작년 10월 반대매매로 인해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최대주주가 보유지분의 절반 가량을 담보로 제일저축은행 등에 돈을 빌리고 강남세무서에 공탁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주식이 급락하자 당시 최대주주는 보유지분의 절반 이상을 반대매매로 잃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사유와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 대상이 아니다.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공시도‘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보고서에 제2부로 기재돼 있다. ‘보유주식등에 관한 계약’부분에 이에 대한 주식수과 계약 상대방을 기재하게 돼 있지만 이마저도 투자자들이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의 보유주식 대비 주식담보대출 비율을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기재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현황 공시에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 합계란에는 주식수와 비율만을 기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비율을 투자자들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보유주식에 대한 합계란에 담보대출비율을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며 “이게 어렵다면 한국거래소 등에서 매분기마다 이에 대한 현황을 공표하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현행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보고서에서 대출 사유를 명확히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상장사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는 규제가 될 것이라며 제도운용상 한계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주주 개인의 재산권에 관한 내용을 명확하게 밝히도록 의무화하기는 힘들다”며 “최대주주의 개인적인 대출까지 다 밝히라고 하는 것은 상장사들에게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