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희 전 골프국가대표 감독.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한국 아마추어 골프의 ‘황금기’를 이끈 한연희(52) 골프대표팀 감독이 8년6개월만인 지난해말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2003년 6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한 전 감독은 “선수들 덕분에 행복했다”며 “아카데미를 설립해 한국 골프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 전 감독의 재임기간 한국 아마추어골프는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전 종목 석권, 아시아-태평양 선수권대회 우승 등 눈부신 성적을 냈다. 한 감독은 지난해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과 함께 중국 하이난도에 머무르고 있는 그를 이메일을 통해 만났다.
▲9년동안 감독을 맡으면서 보람있었던 일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전 종목 석권, 2006년 남아공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단체 5위, 2009년 아시아·태평양대회 사상 첫 단체 및 개인전 1·2위, 2010년 아르헨티나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체 및 개인 1·2·3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전 종목 석권을 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 특히 처음 달성한 도하아시안게임이 감격스러웠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합숙과 대회 참가로 1년에 200일이상 집에 못 들어가 가족에게 미안한 점이다.”
▲합숙이나 단체 전지훈련 등 대표팀 체제에 대해 만족하는가.
“대표 선발은 기록에 의해 공정하게 한다. 선수 개인적으로 접하지 못한 체력 및 정신 훈련을 합숙을 통해 경험시킨다. 현 체제는 선수들에게 경쟁심을 유발시키고 동기부여를 해 세계적인 선수 배출, 두터운 선수층을 이루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훈련 방식 등에 개선점이 있다면.
“상비군을 정예화해 지속적인 관리와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골프장들이 협조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다만, 지금보다 조금 더 지원해주면 선수들에게 실전훈련 기회가 많이 돌아가지 않을까 한다.”
▲현 대표나 상비군 중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를 꼽는다면.
“김시우, 김효주를 꼽을 수 있다. 체력, 정신력, 성실성 등을 고루 갖추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선수들이 공부는 않고 어려서부터 오로지 골프에 매달리는 풍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러지못한 환경이 안타깝다. 요즘엔 교육부에서 학교체육 강화 취지로 규제를 심하게 해 예전처럼 골프에만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공부와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더 훌륭한 선수를 배출해야 한다.”
▲그들이 선수로 성공하지 못할 경우 남은 인생이 막막해지지 않을까.
“모든 선수가 성공할 순 없지만 인생이 막막해지지는 않는다. 공부를 병행하면 지도자, 경영, 매니지먼트 등 골프쪽에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다.”
▲펑샨산, 장신준, 스유팅 등 중국 선수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중국 골프를 전망한다면.
“몇 년 전부터 중국 골프를 지켜봐왔다. 중국에서 골프가 점점 퍼지면서 주니어선수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골프협회에서는 이미 2016년 올림픽대표를 선발해 훈련시키고 있다. 이 관심과 추세라면 곧 한국을 따라올 잠재력을 갖고 있는 나라다.”
▲2016년 올림픽에서 한국은 어떤 성적을 낼 것으로 보는가.
“여자는 금메달 가능성이 있고, 남자도 김경태 배상문 등 젊은 선수들이 4년 후에는 기량이 더 향상될 것이므로 메달권에 들 것으로 본다.”
▲골프는 거리가 중요한가, 정확성이나 쇼트게임을 잘 해야 하는가.
“현대골프는 거리와 정확성을 고루 갖춰야 대형 선수가 될 수 있다.”
▲골퍼들이 스코어를 향상하는데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면.
“아마추어들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한다. 골프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골퍼들은 체형, 나이, 근력, 유연성, 순발력, 손 크기, 팔 길이, 성격 등이 제각기 다르므로 틀에 박힌 스윙을 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편안한 스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나라 골프 기량은 세계최고인데 선수가 마음대로 훈련할 수 있는 아카데미가 없다. 기회가 되면 많은 선수가 훈련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만들어 훈련장으로 제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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