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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부 vs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권'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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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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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국장 겸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문제를 두고 정부와 산업계가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 강력하게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할 방침인 데 비해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와 철강 업계 등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설명을 들으면 양쪽이 다 설득력이 있고, 맞는 얘기라 일반인들은 어느 주장이 맞는지 혼란스럽기 까지 하다. 세계적인 흐름에 따르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고, 반대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고, 공장의 생산 활동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11월15일 뜨거운 감자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이날 녹색성장위원회는 정부-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모임을 갖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그러나 CEO가 대거 불참했고 회의는 불발이 나고 말았다.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녹색위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 자동차 전기, 전자, 시멘트, 석유화학 업체 등 각 분야의 주요기업 CEO 20여명을 불러 탄소배출권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온 곳은 고작 3개 업체에 불과했다. 다른 CEO들은 대부분 해외 출장, 혹은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모임을 주관한 대한상공회의소는 입장이 난처했다. 상의는 말도 아꼈다. 녹색위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의 핵심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 가고 그 여세를 몰아 세계 녹색시장을 선점해서 우리나라가 녹색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 CEO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기업들이 회의에 불참한 것은 배출가스 규제에 대한 불편한 심리를 그대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대기업은 1년에 2만톤t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6억t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증가율이 1위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건의문으로 맞서고 있다. 산업계는 지난해 12월 17일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인한 과중한 비용부담은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나 외국인 투자기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국내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이는 곧 고용감소, 물가상승 등 국민경제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의문은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될 경우 철강 · 디스플레이업종이 밀집된 경북지역은 약 4700억원의 매출감소와 2520명의 고용감소, 석유화학·철강이 밀집된 전남지역은 약 4000억원의 매출감소와 1970명의 고용감소, 자동차 ·철강이 밀집된 충남지역은 약 1200억원의 매출감소와 730명의 고용감소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건의문은 현 배출권거래제 법률안에 따라 유상할당을 5~100%로 적용할 경우, 산업부문은 매년 4조7000억~14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100% 무상할당 시에도 감축부담에 따른 배출권구입 등으로 매년 약 4조2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계는 이어 “세계 1위에서 5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7.4%를 차지하는 대규모 배출국가도 국익을 고려하여 강제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주저하는데, 고작 세계 배출량의 1.7% 수준인 우리나라가 가장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여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임상혁 산업본부장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전 세계 25%를 배출하는 중국이나, 18%를 배출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나라만의 노력은 큰 의미가 없다. 2020년에 우리나라가 국가 중기 감축목표에 따라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는 약 2억4400백만t인데, 이는 2009년도 기준으로 중국의 12일분, 미국의 16일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생각이 다르다. 배출권거래제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녹색위는 지난해 12월 28일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차관, 녹색위 민간위원, 민간 전문가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3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를 개최하고 배출권거래제 도입과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강력히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보고에서 통계청은 “전체적으로 대도시 대기오염도, 산림자원, 녹색 연구개발(R&D) 투자 등 녹색성장 관련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이나, 온실가스 감축·에너지 효율 등의 분야가 다소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녹색성장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 녹색생활 실천(에너지효율성 제고, 생활폐기물 절감) 등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온실가스 배출거래는 정부의 생각대로 분명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산업계의 주장대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다분히 있다. 정부는 고민스럽고, 기업은 불만스러울 것이다. 이럴 때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아주경제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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