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계 미국인 시민권자에게 미국 중앙정보국(CIA) 스파이 혐의로 이란이 사형 선고를 함에 따라 두 나라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 핵 개발 의혹과 관련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경제 제재에 착수한 가운데,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선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 세계의 이목은 9일(현지시간) 두 나라에 쏠렸다.
이란 법정은 미국의 이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 아미르 미르자이 헤크마티(28)에게 CIA 스파이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같은 소식은 반관영 파르스 통신 등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전직 해병대원인 헤크마티는 지난달 중순 체포됐고, 이란은 그가 CIA 스파이라고 주장해 왔다. 헤크마티는 이란 국영 TV를 통해 방송된 자료 화면에서 “난 이란 정보부에 잠입하기 위해 CIA가 보낸 정보원”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진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아랍어 통역으로 해병대에서 일해온 헤크마티가 지난달 할머니를 만나러 이란에 갔다가 체포됐다”며 이란에 석방을 강력 요구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정치적 이유로 민간인을 체포하고 급기야는 사형 선고까지 내렸다”며 “헤크마티를 즉각 석방할 것”을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페르시아만 인근에 파견된 미 항공모함의 철수를 주장한 이란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두 나라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란은 이미 하루 전인 8일 모처의 두번째 핵시설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기 시작했다고 공식 밝히는 등 서방 세계의 압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보통 자국 시민권자를 상대로 한 해외 국가의 폭력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해오고 있어 이란의 이같은 도발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어 내고, 결국은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음과 동시에 중동에서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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