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날 강등이 예견된 악재인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증폭되면 한국 경제의 경기 저하도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강등 발표 이후 첫 장이 열리는 16일 국내 주식·외환시장의 반응에 주목하면서 3단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다.
특히 강등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진단은 강등 당일 유럽 증시와 미국 뉴욕증시가 나름대로 선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는 0.39% 떨어지는데 그쳤고 S&P 500이나 나스닥 지수 역시 0.5% 안팎 하락한 선에서 마무리됐다.
당사자인 유럽 시장에도 아침부터 신용등급 대거 강등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런던 FTSE 100 지수가 0.46%,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가 0.11% 떨어지는데 그쳤다.
때문에 오히려 강등 발표가 시장을 옥죄던 불확실성을 없애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14일 “이번 신용등급 강등사태는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고 정부도 이런 가능성에 전부터 충분히 대비해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당국자도 “유럽의 신용등급 강등은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서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한 등급만 떨어진 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국가나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대거 강등되거나 구제금융 신청이 이뤄질 경우 외환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혼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로존 상황이 악화하면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되고 유럽 국가들은 한국에 묻어놨던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국내 은행들이 유럽 국가에서 빌린 자금은 592억달러(68조800억원)가 움직이게 될 전망이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처럼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가뭄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가중된다. 특히 이같은 세계 경기 둔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하방위험을 키워 소비와 투자, 수출, 성장 등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3단계 비상계획을 점검·보완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1단계)는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탄력적인 거시정책을 운용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단순히 커지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자금경색과 실물경기 둔화 흐름이 생기면 정부는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경기보완적인 거시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최악의 상황을 맞아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실물경기가 침체하면 금융기관의 자본을 확충하고 외화를 확보하는 등 금융시스템 안정 조치를 취하게 된다.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 확장적 거시정책도 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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