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은 2007년말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부혁신규제개혁TF팀장으로 활약하면서 새 정부의 조직개편을 주도했다. 당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한 기획재정부를 탄생시킨 것도 박 장관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그런 점에서 제작자가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고 일종의 보수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 장관이 조직개편의 가장 큰 사유로 꼽은 것은 조직의 ‘융합’이다. 예산부서와 경제정책 부서간의 융합이 이뤄지지 않고 외형상으로만 두 조직이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최근 조직개편과 인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름을 바꾸는 일은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처럼 보이려는 치장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며 "이름값을 하자"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조직이 융합 없이 치장만 했다는 강도높은 자아비판인 셈.
지난해 5월 장관으로 부임한 후 간부들과 과장들, 직원들을 직접 대하면서 자신이 조직을 만들 당시에 계산했던 것과 현실의 조직 실상이 너무 다른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박 장관은 과거 예산처와 재경부의 유기적인 결합을 위해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에 사상 처음으로 재무부(재경부) 출신을 예산실장에 앉혔으며, 이번 조직개편에 따른 과장급 인사에서는 과거 조직 출신간 30%씩을 의무적으로 교체하도록 하는 강수를 띄웠다. 예산처 출신 30%와 재경부 출신 30%를 의무적으로 이동시키는 것.
재정부 관계자는 “출신별로 30%라는 높은 의무비율까지 둬가며 강제로 인사이동시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도 “과거 재정경제원 때에도 융합인사가 크게 있었지만 결국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더라”고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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