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믿는 구석은 기술력뿐이다. 사상 최대 투자를 통해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릴 예정이다. 이건회 회장이 올해 모토로 내세운 '초격차 전략'의 실체다.
◆애플 특허전쟁, EU로 확전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에서 진행된 애플과의 특허 분쟁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유럽연합(EU)로부터는 반독점 규정 위반 조사를 받을 처지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대해 통신 관련 반독점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가 표준 특허권을 남용했는지가 초점이다.
집행위는 삼성전자가 애플 등 다른 업체들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거는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 EU 법규를 위반했는지를 집중 검토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통신특허가 범용기술로 판명 날 경우 특허 소송은 불공정 행위로 지적될 수 있다. EU의 이번 반독점 조사 착수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삼성전자의 유럽내 사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U는 글로벌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내세워 다른 기업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집행위는 업체들의 경쟁 방해 행위를 엄격히 규제해왔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등에 대해서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독일에서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조치를 뒤집는 데도 실패했다.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제기한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만하임 법원의 본안 소송에서도 애플에 2연속 패소한 바 있다. 애플을 상대로 한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의 가처분 소송과 뒤셀도르프 법원의 가처분 항소심 등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업계에서는 EU의 조사결과가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나온다면 유럽 내 지위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금전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의 끊임없는 '삼성 흔들기'
미국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덤핑 판매 관련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이 "삼성과 LG가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를 미국에서 원가 이하로 덤핑 판매하고 있다"며 제소한 것을 당국이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 대만의 주요 D램 업체들의 삼성 압박은 더욱 구체적이다. 일본 엘피다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난야와 경영 통합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3사는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이어 3∼5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통합이 성사되면 한국 대 다국적연합군의 경쟁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엘피다의 기술력과 난야의 가격경쟁력에 마이크론의 제품라인이 합쳐지면 삼성전자에 대응하는 강력한 동맹군이 결성되는 것이다.
◆"항상 위기…대비는 철저히"
'삼성 위기론'은 끊이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임직원들에 위기위식을 항상 강조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항상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삼성은 올해도 사상 최대 규모인 47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투자 확대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신성장 분야에서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연구개발(R&D)투자 비용이 대폭 늘었다. 전년대비 13% 가량 증가한 13조6000억원을 R&D투자에 쏟아 붓는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브라질 출장길에 오르면서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 엘피다의 20나노급 반도체 개발 등 잇단 해외발 악재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국민들이 많이 걱정하는데 걱정 안하셔도 된다"며 "경쟁력을 키워 1년은 앞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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