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발표한 자동차 판매실적을 보면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매월 1일 발표하는 국산차 5사의 전월 판매실적은 현재의 수출 및 내수 지표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이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 등 국산차의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7%, 지난해 12월에 비해선 11.0% 감소한 61만7000여 대에 그쳤다. 현대ㆍ기아차의 해외공장 판매 호조로 전체 해외판매는 2.7% 소폭 늘었으나 국내공장에서의 수출은 3~4%씩 줄었다. 전량 국내에서 수출하고 있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은 전년대비 7.5%, 31.6%씩 감소했다.
내수 시장의 판매감소는 더 심각했다. 전년대비 20.0% 감소한 9만6448대로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월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현대차(-18.5%), 기아차(-15.5%)를 비롯 5사의 실적이 모두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설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및 생산일수 감소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올 한해 자동차 업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근래들어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들이 신차 출시를 줄이고 수익성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설 특수를 맞은 유통업계도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춴지에(春節)가 겹치며 특수가 예상됐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6~22일 정기세일 기간 매출이 전년대비 6.6%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달 매출 증가율은 5.9%였다.
전체적인 내수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온라인몰 등을 위주로 저가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저가TV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옥션ㆍ11번가ㆍG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한정 제품이 1~10분 내 전량 완판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몰에선 지난 설 때도 저렴한 선물세트와 제수용품의 수요가 늘며 공급부족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의류업계도 이 같은 저가 바람에 동참, 타운젠트, 톰보이, 메이폴 등 국내 브랜드들이 가격을 30~50%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만 원자재ㆍ에너지 업체는 지난해 말 경기침체의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주요 제품 시황이 최근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외 신ㆍ증설 물량도 없어 기존 공급사들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연초 가동하는 페트로차이나 신규 설비를 제외하면 올 3분기까지 대형 설비읜 신규 가동이 없는 만큼 2분기께 공급이 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4분기 부진했던 LG화학도 올 1분기엔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김반석 회장은 지난달 31일 실적설명회에서 “글로벌 에틸렌 증설이 250만t인데 반해 수요는 500만~600만t 정도 새로 생길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에는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내부 계획을 잡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철강업계도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ITㆍ전자업계의 경우 해외 수출이 지속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 한해도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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