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집권 말기에 접어든 가운데 국책사업의 주무부처였던 국토해양부가 지자체·산하기관의 ‘등쌀’에 곤란한 지경이다.
국토부는 MB정부 기간 동안 4대강 사업, 경인아라뱃길, 보금자리주택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추진해온 정부 기관이다.
천문학적인 국세가 투입된 이들 사업은 야당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 등에게 쓴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며 곧 결실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자체와 산하기관과의 충돌이 잦아지며 ‘끗발’이 다한 모습이다.
난관은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야당 인사들이 대거 지자체 수장으로 당선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성남시의 경우 이재명 시장이 취임한 후 곧바로 판교신도시 특별회계에서 전용한 약 5200억원을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갚을 수 있다며 지급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다.
보금자리주택사업에서는 사업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지자체인 서울 강동구, 과천·하남시 등이 사업 축소 또는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와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권도엽 국토부장관과 박 시장은 아파트 재건축과 12·7 전월세 대책 등을 놓고 의견 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었다.
이번에는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정책을 둘러싸고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뉴타운 약 610곳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매몰비용'(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들어간 비용)에 대해 정부의 부담을 촉구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수용 불가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고속철도(KTX) 운영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코레일의 독점을 타파하겠다는 국토부 의 주장에 산하기관인 코레일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코레일은 허준영 사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면서 수장이 공석인 상태지만 철도노조를 중심으로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열렸던 양 기관 토론회에서도 산하기관과 주무 부처간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겠냐는 우려와 달리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국토부 관계자는 “왜 공기업인 코레일이 이렇게 반발을 하고 나서느냐”며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토부 주도의 부동산 정책도 헛돌고 있다. 국토부가 내놓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각종 건설·부동산 관련 법안들은 정치적 논리로 국회에서 몇 달째 낮잠을 자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8대 국회가 말기로 접어들며 법안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총선 이후 새 국회가 열리게 되면 새로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