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서방 국가들의 반응에 러시아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인테르팍 통신 6일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 날 모스크바에서 바레인 외무장관과의 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안 표결 결과와 관련해 서방에서 나오는 일부 목소리는 무례하게 들리며 어떤 면에서는 히스테리 같다"고 말했다.
라브로프는 '화를 내는 사람이 옳은 경우는 별로 많지 않다'는 속담을 인용해 "그러한 히스테릭한 발언을 통해 서방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사태의 본질은 현재 시리아내 폭력의 근원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에 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는 그러면서 "안보리 결의안에는 구호만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 조치가 명시돼 있어야 한다"며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결의안에는) 그러한 구체적 조치들이 어느 한 편, 즉 시리아 정부와 관련된 부분에서만 아주 자세히 서술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방과 일부 아랍국가들이 발의했던 결의안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리아 야권 세력에 대한 요구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라브로프는 "우리는 이같은 불균형을 없애고 무장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태도에서 시리아내 야권과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구체적 조치들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몇 가지 수정을 제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이 시리아 야권이 무장 극단주의 세력과 거리를 둘 것과 그러한 단체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방) 국가들이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폭력을 중단시킬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시키자고 제안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라브로프는 또 시리아 정부가 군부대를 도시에서 철수시켜야 한다는 결의안 조항에 반군들이 도시를 떠나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라고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었다며 "그러나 결의안 작성자들은 이같은 두 가지 요구를 강하게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와 함께 러시아가 시리아 문제와 관련한 기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입장을 바꿀 필요는 전혀 없다"며 "우리는 지난해 11월 아랍연맹 제안의 중요한 조항인 모든 형태의 폭력 종식과 외부 개입 불가, 사전 조건없는 시리아인들 스스로의 정치적 대화 등 3가지 조건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지난 4일(뉴욕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이뤄진 시리아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 채택을 무산시켰다. 이후 국제사회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 유혈 사태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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