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대기업들이 생산제품을 중소업체들에 팔아야 하는 입장임에도 제품별로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어 '갑'의 위치를 점하는 데서 비롯됐다.
중소업체들은 가격 등에 불만이 생겨도 항의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관련당국이 석유화학 업종을 특별 관심업종으로 분류하고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은 많지만 제품별로는 오랫동안 독과점이 형성돼 있다. 석유화학제품 품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중소 유화업체 관계자는 “같은 제품이라도 규격이 다양해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중소가공 업체들의 특정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석유화학 대기업과 중소 가공업체들 사이의 갈등이 빈번하다.
국내 중소업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LDPE(저밀도폴리에틸렌)는 마찰이 잦은 편이다. LDPE 역시 중소업체들의 사용 의존도가 높은데 비해 일부 대기업에만 생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LDPE는 EVA와 같은 생산라인에서 병산이 가능하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태양광용 EVA 생산을 늘리기 위해 중소업체들이 많이 쓰는 LDPE와 농업용 EVA 공급을 줄인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들이 한때 해당 제품 품귀현상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향후 태양광 수요가 증가하면 중소업체들은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할 것을 우려한다.
최근에는 LG화학이 PCA(Poly Carboxylic Acid) 2배 증설(3만t에서 6만t)에 나서면서 해당 중소 경쟁업체에서 “중소기업을 고사시킨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문제 역시 본질은 LG화학이 원재료 조달 측면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 중소업체들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CA의 원료는 MPEG(Methoxy Polyethylene Glycol)와 MAA(Methacrylic Acid), AA(Acrylic Acid) 3가지다. 원료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MPEG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LG화학이 직접 생산하지 않아 중소 경쟁업체와 조건이 같아 보인다. 하지만 LG화학이 한농화성에 MPEG 원료인 EO(Ethylene Oxide)를 대부분 공급하고 다시 MPEG로 공급받기 때문에 영향력이 높다는 게 중소업체들의 주장이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공장의 기계가 특정 제품의 규격에 맞춰 설정돼 있기 때문에 갑자기 원료 공급선을 바꾸기 힘들다”며 “공급사가 갑자기 수급을 바꾸면 중소업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수출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LDPE 범용 제품 생산을 축소하면서 국내 중소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수 공급자가 생산을 줄임으로써 LDPE 가격이 종종 비정상적으로 오르는데, 대기업들이 자신들에 유리하게 수급을 조절하고 있는 게 아닌지 불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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