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축은행 특별법 등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입법 단계부처 각 부처가 적극 대처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란 비판을 받는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했다가 피해를 본 경우 보상해주고,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드 가맹점에 정부가 정하는 수수료율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소급입법된 이들 법안은 자유시장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이들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은 없는지, 입법화됐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등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를 해서 적극 대응해 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이는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 법 원칙과 상식을 무시한 채 양산하고 있는 선심성 법안들을 정부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으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법안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규정함으로써 소위 포퓰리즘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최종 단계에서 거부권을 꺼내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그간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에 대해서는 처리과정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법질서를 해치는 등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까지만 해도 "관련부처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간접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하루만에 태도를 바꿔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집권 후반기이지만 정부의 재정 감당 능력을 벗어나고, 나쁜 선례를 남기면서 국가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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