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한국 건설업체들은 역발상 전략으로 중국에 맞설 태세다. 중국 본토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 다만 유달리 외국 건설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많은 중국 시장의 특성상 진출 전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등의 치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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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11월 현대중공업이 중국으로부터 3238만 달러에 수주해 건설한 해상플랜트. 중국 하이난(海南)섬에서 북서쪽으로 200㎞ 떨어진 웨이조우(?洲) 유전에 위치한 이 해상플랜트는 한국 건설업체가 수주한 중국 내 1호 공사다. |
◆ 중국 진출 아직 미미
미국의 경제전망 전문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건설시장은 지난해 기준 1조328억 달러로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전 세계 건설시장 규모(7조378억 달러)의 7.4%에 달한다. 미국의 7588억 달러, 일본의 5158억 달러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올해 중국 건설시장은 1조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해외 시장 진출을 늘리고 있는 한국 건설업체들에게도 중국 건설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인 것.
하지만 아직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중 수교 체결 이전인 지난 1991년 11월 현대중공업이 하이난(海南)섬에서 북서쪽으로 200㎞ 떨어진 웨이조우(涠洲) 유전에 해상플랜트를 건설하는 공사를 3238만 달러에 수주한 것이 국내 건설기업의 중국 수주 1호다.
이후 20여년이 흐른 이달 현재까지 한국 업체의 중국 수주 실적은 총 680건, 119억6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한 곳의 수주액이 165억 달러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실적이다.
이승훈 해외건설협회 중국팀장은 "중국은 세계 최대의 건설시장으로 향후 원자력발전, 철도, 고속도로 등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한국 건설업계의 중국 진출도 지금보다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높은 진입장벽은 걸림돌
중국 건설시장은 외국 기업들에 가장 가혹한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세계 표준과는 거리가 먼 특유의 시장 구조와 법규 등이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사가 중국에서 공사를 수주하거나 개발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지법인을 꼭 설립해야 한다. 또 자본금의 5배 이하 도급공사에만 참여할 수 있으며, 외국 본사와 해외시공 실적도 인정받지 못한다.
국내 제조업체가 중국에서 공장을 설립하려고 해도 꼭 현지 건설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기술자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하며, 외국인 전문가는 1년에 6개월 이상 현지에 머물러야 한다.
또 중국 정부가 발주하는 사회간접자본(SOC) 공사에는 외국인의 지분 참여가 제한을 받으며, 건설자재도 일정 부분 이상 중국산을 써야 한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에도 외국 기업은 총 사업금액의 50% 이상을 먼저 투자해야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팀장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사실 유럽이나 북미 지역보다 훨씬 높은 사업 리스크를 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진 국토해양부 해외건설과장도 "국내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단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중국 건설사와의 협력 강화 및 신뢰관계 형성 등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철저한 준비 필수
한국 기업이 중국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국은 각 지역이나 도시별로 시행규칙이나 조례 등이 많이 달라 진출 지역에 따라 사업전략도 다양화해야 한다.
한라건설이 지난 2009년 중국 톈진(天津)시 둥리(東麗)구에서 건설해 1차 분양률 97%를 달성한 '샹이(香邑) 국제단지' 아파트는 장기적인 투자전략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준다.
한라건설은 지난 1993년부터 중국에 법인을 설립해 꾸준한 투자로 현지 경험을 쌓고, 시공사로 중국 건설사를 끌어들여 1986가구의 대단지 아파트 분양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4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에서 포스코IT센터를 건설하면서 미래에셋·푸르덴셜생명과의 동반 진출로 사업 위험성을 낮췄다. 포스코IT센터는 아파트 1100가구와 오피스빌딩 1개동으로 이뤄졌다. 포스코건설은 이번 사업을 바탕으로 중국 전역에서 복합부동산개발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건설도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선양에서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철저한 준비 없이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던 많은 건설사들이 현지 합작사와의 분쟁,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결국 철수한 사례가 많았다"며 "성공사례를 철저히 연구해 실패 요인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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