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0%를 차지하는 한족과 나머지 8% 안팎에 달하는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에서는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차별 등에 항의하는 소수민족과 이를 진압하려는 중국당국과의 충돌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특히 시짱(西藏, 티베트)과 신장(新疆)위구르,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는 31개 성∙시∙자치구 중 대규모 시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 1, 2, 3위에 꼽힌다.
우선 시짱자치구에서는 티베트 승려 분신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9년 3월 이후 지난 해까지 17명의 승려가 몸에 불을 붙여 사망하거나 중퇴에 빠졌으며 올해에도 벌써 6명의 승려가 분신을 시도했다. 종교에 대한 탄압과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불허한 데 대한 항의의 움직임이었다. 최근에는 10대의 어린 승려들까지 ‘분신행렬’에 가담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에 비교적 친화적이었던 네이멍구에서도 지난 해 5월 한 몽골족 유목민 모르건(莫日根)이 다른 주민들과 함께 무분별한 석탄 채굴로 분진과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무분별한 녹지 개발로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며 항의하다가 한족 운전사의 대형 트럭에 무참하게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곧 몽골족의 대규모 시위의 도화선이 되었다.
같은 해 6월에는 몽골족 유목민 100여명이 광산업체의 목초지 훼손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구정)에는 쓰촨(四川)성 서부의 간쯔(甘孜) 짱족(藏族)자치주 루훠현과 써다현에서 수 천명의 티베트인이 공안 파출소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위자들은 휘발유가 든 병과 돌로 파출소의 공안을 공격했고 경찰은 방어적 차원에서 총기를 발포했다. 이로 인해 경찰 14명이 부상을 당했고 시위자 중 1명이 사망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들 지역에서 촉발된 시위의 배경이 각기 달라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위에서 군림하는’ 한족에 대한 반감과 소외감,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09년 신장자치구의 수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위구르족들이 한족을 무차별했던 유혈폭동은 소수민족 문제의 극단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수천 km나 떨어진 광둥(廣東)성에 일하러 간 위구르 족 젊은이들이 한족에게 습격당해 숨졌다는 유언비어가 192명의 사망자와 1721명의 부상자를 낸 것.
최근에는 중국 전체 면적의 64%에 이르는 소수민족 거주지에 매장된 막대한 지하자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유혈충돌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용만 하고 주는 것은 없다”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발감도 커지고 있다.
복수 다민족국가에서 특정 민족이 장기간 집권하면서 야기된 민족간 갈등과 이를 억누르기 위한 강경진압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종래에는 구 소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족간 통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강제 병합’한 ‘제국주의적’ 이미지 또한 세계 제 2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게 있어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갓 부임한 주요 소수민족 자치구의 지도자들이 이번 양회에서 내놓을 발언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장춘셴(张春贤) 신장자치구 서기는 이번 양회에 대한 부담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장춘셴은 젊고 온건한 이미지로 지난 해 4월 부임, 신장의 사회안정을 꾀하겠다며 유화정책을 구사했다. 지난 2009년 유혈사태 2주년을 맞아 우루무치 시내의 야시장을 방문해 길거리에서 주민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친근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바로 그 다음 날 위구르족들의 파출소 습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유화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파출소 습격 사건 이후에는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이 나서 “어떤 종류의 테러 행위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장 정부는 민족분열 반대, 국가통일과 국가안보, 신장 안정을 주요 업무로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멍 부장의 발언을 두고 언론 등은 장춘셴 신장자치구 당서기가 추진해온 유화정책을 암시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시짱지역의 민족분규에 대해 강경입장을 고수했던 장칭리(張慶黎) 전 당서기를 대신해 지난 해 8월 부임한 천취안궈(陳全國) 시짱자치구 당서기의 고민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 서기는 원래 주로 학생과 서민 등 일반 국민에 관심이 많은 부드러운 지도자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이 지역 승려들의 분신사건이 계속되면서 “달라이라마와의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다소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양회 특성상 원래의 온건한 태도를 보이며 민심을 달래는 발언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후진타오 주석 이후 차차기 정치리더로까지 언급되고 있는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자치구 서기 또한 모르건의 죽음으로 정치적 역량이 시험대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모르건 사건이 정리된 후 시우치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이번 사건은 악랄하며, 분노에 떨게 한다. 광산개발을 하더라도 유목지와 초원에 아무 영향이 없고, 주민들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심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모르건 사건이 국내외적으로 알려져있는 만큼 이번 양회에서도 부드러운 입장을 고수하며 민족간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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