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연일 수입차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상반기 기아차 대형 세단 K9 출시를 앞두고 열린 품평회에서 K9을 BMW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와 비교하며 “BMW 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국내 수입차 업계 1위이자,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고급화 전략의 최대 경쟁자인 BMW와 직접 경쟁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최근 BMW의 국내 시장 성장세와 브랜드에 대한 인식차를 보면, 현대차의 이 같은 위기감은 막연한 기우가 아니다.
1일 본지가 양사의 지난해 모델별 가격과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BMW는 평균 8663만원, 현대차는 평균 2670만원으로 3.2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전체 승용ㆍSUV 판매량은 현대(53만875대)가 BMW(2만7575대)보다 19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지만, 추산 총판매액에서는 그 격차가 6배 미만(현대 14조1700억원, BMW 2조3900억원)으로 줄어든다.
성장률 면에서도 BMW는 현대기아에 위협적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74.9%로 BMW(1.8%)에 비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증가율 면에선 BMW(45.0%)가 현대기아(2.8%)를 크게 앞섰다.
특히 K9을 비롯한 5000만원 이상의 고급차 시장에서 BMW를 필두로 한 수입차의 위상이 절대적이다. 현대와 BMW 두 브랜드만 비교해 봐도 5000만원 이상 차종의 판매는 현대가 3만6577대, BMW가 1만2600대로 3대 1에 불과하다.
지난해 현대차가 수입차 공세를 막기 위해 출시한 제네시스 프라다(7900만원)는 1200대 한정 판매라는 말이 무색하게 300여 대 판매에 그치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1억원 이상의 초고가 차량만 비교해 보면 차이는 준다. 오히려 평균 판매가 2억원의 BMW 7시리즈는 2378대가 판매된 데 반해 에쿠스 1억원 이상 모델의 판매는 전체 에쿠스 판매(1만3489대)의 10%에 못 미치며 오히려 BMW가 두 배 가까이 앞선다.
기아차 관계자는 “호기심에 수입차를 타지만 결국 국산차로 돌아온다. 수입차 공세가 거세지만 K9 출시로 이를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반면 BMW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상대적으로 저가(5000만원 전후)인 3시리즈를 출시하며 “고객 절반 이상은 국산차를 몰던 고객”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양사의 경쟁은 비단 국내로 한정되지 않는다. BMW그룹과 현대기아는 지난해 영업이익률 면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 1~2위에 나란히 올랐다. BMW는 12.8%, 현대기아는 10.4%로 메르세데스-벤츠의 다임러(9.0%), 포드(6.4%) 등을 모두 제쳤다.
또 올 1월 BMW의 ‘홈그라운드’ 유럽에서 판매량 7위(점유율 5.5%)로 올라서며 BMW(8위ㆍ5.3%)를 처음으로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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