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비난과 함께 밀어붙이기식 인사 단행으로 술렁였던 때와는 또다른 분위기다. 소통 없는 독불장군 리더십은 혼란의 불씨를 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 경영진이 임금피크제의 편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논란의 발단은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한국전력노동조합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 사이에 임금삭감률을 차등 적용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 2010년 7월 도입한 한전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60세로 2년 연장하되 56세를 기준으로 이후 4년 동안 평균 80%의 임금을 받기로 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첫해 임금삭감률을 조합원들에게 기존 노사 합의대로 5%를 적용한 반면, 비조합원들에게는 10%를 적용해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재 한전의 2만여명 직원들 가운데 1만5000여명이 전력노조에 가입해 있으며, 간부(차장) 직급을 달면 자동적으로 조합원에서 빠지게 된다.
이번에 불이익을 당한 비조합원들은 사측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전 상급자 노조'라는 사내 복수노조를 따로 만들었다.
이들의 규모는 200여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지만, 사측은 5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사측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다. 한전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등 주요 자회사와 발전 5사에 지난해 이익금의 70%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라는 지침을 구두로 통보했다.
지난해 커진 경영손실을 배당금으로 메우겠다는 의도다. 한전은 지난해 6849억원의 영업손실과 3조5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으며, 당기순손실 폭은 확대됐다.
자회사들은 표면적으로는 "모회사의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예외적인 비상경영 상황이라도 50%를 안 넘기는 배당 관행에서 70%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나눠주면 내부 충당금에 여유가 없어 투자와 성장이 힘들고, 가뜩이나 지방 이전 등 주요 사업이 맞물려 있어 곳간이 거덜나면 대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기술과 한수원 노조는 한전측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공동투쟁 성명을 내는 등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전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한전의 고액 배당금은 최근 늘어난 적자폭을 줄여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하지만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자회사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여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미봉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전 고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인건비를 더욱 줄이라는 지식경제부 눈치를 보다 보니 차등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안다"며 "배당금 룰도 주주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뭐라 시비를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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