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제2의 중동 붐'을 언급한 이후 중동 시장에서 건설공사 수주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도 카타르에 이어 이라크와 우호적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민간기업의 중동 시장 진출을 적극 돕고 있어 이래저래 신바람 나는 분위기다.
14일 해외건설협회와 국토해양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 초부터 이날 현재까지 중동지역에서 수주한 공사는 23억8009만 달러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55억 달러에 비해서는 절반이 채 안 되는 규모이지만 향후 발주예정인 물량을 감안하면 중동특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국내 건설사가 중동지역에서 따낸 프로젝트 중 수주금액 기준으로 최대 규모의 사업은 현대건설이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15억 달러(1조6819억원)의 초대형 알루미나 제련 공사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광물회사인 마덴 보크사이트 알루미나사와 미국의 알코아사에서 발주한 이번 공사는 사우디 주베일 항에서 북서쪽으로 90㎞ 떨어진 라스 알 카이르 지역에 연간 180만t의 알루미나 생산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설계·구매·시공 및 시운전을 모두 현대건설이 담당하는 일괄 도급공사다.
카타르에서는 삼성물산이 루자일 신도시 도로공사를 2억9000만 달러에 수주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질소주입설비(NGI) 플랜트를 1억6000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요르단에서도 롯데건설이 600MW급 민간발전사업(IPP) 디젤발전소의 5억6000만 달러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건설업체들은 앞으로 중동지역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치적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향후 재건 계획도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구나 이라크·카타르 등이 우리나라 기업 및 정부와 손잡고 재건사업 및 해외사업에 뛰어들기로 함에 따라 이들 국가 시장 공략은 물론 인근 중동지역 진출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라크는 지난 13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만나 자국의 재건사업과 유전 및 가스 개발은 물론 주택·철도·전력사업 등에 우리나라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9년여간의 전쟁을 끝낸 이라크는 1860억 달러를 투입해 국가 재건에 전력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먹거리 창출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카타르도 국부펀드를 통해 한국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공동 투자하기로 지난 11일 합의했다. 카타르가 오일 머니로 쌓아놓은 국부펀드는 850억 달러에 이른다. 중동의 자본과 한국의 기술력이 뭉쳐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두 나라는 앞으로 2022년 월드컵과 도하 신도시 재개발 사업 등에 우리 기업의 참여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같은 분위기라면 올해 중동수주 목표액 370억원, 해외 전체 수주 목표 700억 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정보기획실장은 “중동은 고유가 영향으로 발주 여력도 크고, 한국 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기대해도 좋을 시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모두 중동으로 집중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끼리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칠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우리나라 업체들끼리 과도한 경쟁을 해 입찰가격이 너무 낮아져 수익이 얼마 남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정부와 해외건설협회가 나서 기업간 출혈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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