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이어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이탈리아 경제는 올 들어 회복세로 돌아선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스페인 경제는 악화일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두 나라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규모가 크지 않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예상과 달리 스페인 경제가 이탈리아보다 먼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0.3%와 -0.7%를 기록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최근까지 스페인의 경제 상황이 이탈리아보다 양호한 것으로 판단해 왔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탈리아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말 484bp에서 지난 12일 384bp로 하락한 데 반해 스페인은 380bp에서 410bp로 상승해 이탈리아보다 높아졌다.
두 나라의 증시에도 역전 현상이 나타나 올 들어 이탈리아 주가는 9% 급등했지만 스페인은 오히려 4% 하락했다.
이는 스페인의 경제 및 재정수지 지표가 급격히 악화된 데 기인한다.
스페인 정부는 이달 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스페인의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8.5%로 전년의 9.3%에 비하면 소폭 개선됐지만 유럽연합(EU)이 요구한 6%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스페인 정부의 재정개혁 의지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당초 4.4%에서 5.8%로 수정 발표했다가 EU가 강력히 반발하자 재협의를 거쳐 5.3%로 합의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정부가 위기 극복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스페인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비율은 2009년 5.4%, 2010년 4.6%에 이어 지난해 3.9%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집권한 이탈리아의 몬티 총리는 EU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330억 유로의 재정긴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스페인의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무디스는 “최근 스페인의 재정수지 악화, 경제성장 전망 하향 등을 감안해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의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은행들이 이탈리아보다 덩치가 커 위기 극복을 위한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국내 은행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두 나라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익스포져가 많지 않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외환시장팀 관계자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진 후 국내 은행들이 유럽 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차입을 줄인 데다 만기 연장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익스포져도 영국 등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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